12월 결산법인의 결산공고 시한이 임박하면서 요즈음 각 기업 자금담당 부서의 불이 밤늦게까지 꺼질 줄 모르고 있다. 실적이 좋은 회사는 어떻게 하면 이익을 줄여 세금을 덜 낼까 묘안을 찾고 실적이 감소한 회사는 손실을 축소해 재무구조를 좋게 공시하기 위해 야단법석이다.
한국의 회계기준은 고무줄로 유명하다. 계정과목별 처리방법을 요령껏 이용해 회사의 이익이나 손실을 마음대로 늘리고 줄이는 사람이 유능한 회계담당으로 인정된다. 그래서 기업의 재무제표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재무제표는 사람으로 말하자면 건강진단서다. 사람도 병원에서 건강진단을 받듯이 기업도 정기 건강진단을 받아야 한다. 악성종양이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그 사실을 고지하지 않거나 허위로 알려준다면 어떻게 될까. 기업의 건강상태도 정해진 기준 및 평가방법에 따라그상태를올바르게 진단해 알려주어야 한다.
신용평가사가 평점산정 작업에 착수하면 온갖 로비와 거짓이 난무한다. 잘 봐달라는 청탁성 요구를 하거나 회계자료에 의문을 제기하면 아전인수격의 홍보성 답변으로 일관한다. 문제점을 솔직히 시인하고 극복전략을 밝히는 것이 회사 발전에 유리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신용평가사의 임무는 막중하다. 과대계상된 평점을 믿고 투자한 투자자는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된다. 과소계상된 평점을 받은 기업체는 초과 금융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바로 낙후한 신용평가와 불합리한 보증제도가 신용사회의 정착을 가로막고 있다. 금융기관은 대출 기업이나 개인의 신용상태, 경제적 자력을 믿기보다는 연대보증인을 설정해 위험을 분산한다. 연대보증인의 부동산을 근거로 한 금융기관의 대출관행은 성실히 생활하는 서민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
개인은 사회생활에서 쌓아온 신용도에 의해, 기업은 객관적 자료와 합리적 기준에 의해 평가된 신용평점에 의해 금융기관의 대출 등 모든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에서는 S&P 무디스 같은 공신력 있는 평가기관의 철저한 감시 아래 각 기업이 건실한 경영활동을 하기 때문에 기업이 살찌고 국가가 발전한다.
윤의권(서울신용정보㈜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