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카메라」가 지나치다. 19일 밤 SBS ‘기분좋은 밤’ ‘몰카’를 여러차례 등장시켜 시청자들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랭크 실험실’코너. 연출진과 주위 친지들이 한 사람을 따돌리고 몰래 카메라로 그 사람의 반응을 떠보는 코너다.
이 날은 권태기를 주제로 하여 연인 중 한 사람에게 몰래 카메라를 들이댔다. 물론 그는 ‘왕따’당한 사실을 모른다. 그는 천연스레 거짓말을 하거나 온갖 재롱을 피우기도 한다. 만약 누군가가 보고 있다면 저런 행동이 나올까. 프로의 중간에 삽입된 웃음 효과는 “저 바보” 하고 조롱하는 듯하다. 몰래 카메라의 조명을 받은 당사자는 원치 않는 웃음거리가 되는 게 불가피하다.
몰래 카메라를 이용한 오락 프로는 ‘기분좋은 밤’뿐만 아니다. ‘기쁜 우리 토요일’ 등 주말 프로에 집중되어 있고 요즘은 ‘몰래 전화’까지 등장했다. 방송위원회는 지난해 각 방송사에 오락물을 포함한 모든 방송프로에 몰래 카메라의 자제를 요청했지만 달라진 게 거의 없는 상황.
영국BBC는 “촬영대상자가 촬영중지를 요청할 경우 이를 존중하고 촬영된 자료를 파기하라고 요구하면 이를 보증해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에 명시하고 있다.
이같은 ‘몰래류’의 목적은 명백하다. 시청자에게 한 사람의 ‘바보’를 던져준 다음 보고 웃으라는 것이다. 물론 제작진은 출연자들이 원하지 않는 장면은 편집 과정에서 걸러낸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그 장면이 아무리 보완 수정되더라도 이 프로의 뿌리는 ‘왕따 만들기’다. 시청자의 훔쳐보기 심리에 편승해 시청률은 올릴 수 있겠지만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적지 않다. 그래서 이런 프로가 주는 웃음은 유쾌하지 않다.
〈허 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