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다우존스 주가지수가 장중 한때 10,000 포인트를 돌파했다. 조만간 그 종가가 10,000을 넘는 역사적인 날이 올 것으로 예측된다. 이 지수가 처음 작성된 1896년 이후 1백3년 만의 일이다. 특히 87년 10월 소위 블랙 먼데이로 1,800 수준까지 하락한 이후 10여년만에 5배 이상 급등했다.
▼ 주주이익이 최대목표 ▼
다우존스 지수의 10,000 돌파로 상징되는 90년대 미국 주가 급등은 미국 경제가 명실상부한 세계 경제의 견인차로 등장했다는 선언이라고 해석해볼 수 있다. 미국 경제는 90년대 들어 낮은 물가와 높은 생산성 향상을 향유하며 불황없는 지속적 경제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물론 소비의 과도한 증가와 무역 수지적자의 누적이 우려되지 않는 바는 아니나 경제 활황으로 인한 계속적인 자본 유입으로 적자를 메워 가면서 세계 경제의 최대 소비 시장으로 위치를 굳혔다.
이것은 또 주주 위주 기업운영 방식의 승리라고도 볼 수 있다. 미국에서 기업 경영의 지상 목표는 주주의 이익 극대화와 주가의 상승이다. 계속되는 대규모의 인수합병(M&A) 비용절감 구조조정 등 모든 기업의 전략적 결정은 바로 이 주가상승이라는 당면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행해진다.
미국 기업의 ‘주가 지상주의’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 결정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기업들이 이러한 주주 중심의 경영방식을 택했더라면 적어도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의 한 원인이 된 과잉시설 투자 문제는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뮤추얼펀드로 상징되는 간접투자의 대중화는 주가 상승으로 인한 자본 이익이 소비의 증가로 이어지고 결국 기업체 수익성 호전과 경제 성장 촉진으로 이루어지는 선순화 과정의 중요한 연결 고리가 됐다.
물론 한쪽에서는 미국 국민의 주식 투자가 과도한 수준에 이르렀고 이로 인해 주가 하락시 실물 경제에 큰 타격이 있을 수도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이러한 논의는 최근 다시 대두되는 미국 주가의 거품론과 연결돼 비관적인 경제 전망을 낳는다. 그러나 주식투자의 대중화는 적어도 실물경제가 회복세에 있을 때에는 내수기반 확충에 기여함으로써 경제 회복을 가속화한다는 것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작년 여름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사태 이후 다우존스 지수를 필두로 각국 주식시장의 동조화가 심화되고 있다. 작년 8월 한때 전(前)고점 대비 20% 가까이 폭락했던 다우존스 지수는 이후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시행한 적극적인 이자율 하락 정책에 힘입어 성장세를 회복해 이제 10,000 돌파를 눈 앞에 두게 되었으며 다른 각국 주식 시장도 작년 가을 이후 대부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 개방된 국제 금융시장에서 어느 누구도 다른 나라의 거시 정책 및 시장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국내기업도 본받을만 ▼
사실 현재 각국 증시가 걱정하는 것은 미국 증시의 하락이 가져올 수 있는 악세장의 동조화이다. 이러한 동조화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역시 아직까지는 교과서적인 대책 즉 자국 경제의 내실 강화 이외의 특별한 것이 없는 것 같다.
결국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앞으로 미국 주가의 향방이라기보다는 이제까지의 미국 주가의 상승을 가능하게 한 구조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하에서 주식 시세는 결국 그 나라 경제의 성적표라고 볼 수 있으며 한국경제의 당면 과제 역시 주가 수준을 어떻게 하면 상승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으로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주식 시장이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거시 경제의 회복도 중요하지만 미국에서와 같은 주주 이익 위주의 기업 경영 및 주식투자 기반 확대 역시 그 필수조건이다.
한국 주식시장의 상승세 지속을 위해서는 기업 거래 및 회계의 투명성 확보, 기업의 지속적인 구조조정,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자본시장의 하부구조 조성 등을 중단없이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한국 경제의 당면 과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한국경제의 거시적 회복과 아울러 이러한 구조적이고 미시적인 노력이 성과를 거둘 때 한국 주식 시장이 종합주가지수 3,000 포인트 달성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박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