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생활폐기물 발생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1회용품. 수거하고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만도 연간 수백억원.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1회용품처럼 지구의 자원을 빠른 속도로 고갈시키면서 생태계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도 드물다는 사실이다.
‘편하다’는 이유 하나로 아무 거리낌없이 사용되는 1회용품이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의식하는 시민은 많지 않다.
환경운동연합과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등 전국 3백4개 소비자 환경 시민단체의 연대기구인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쓰시협)’는 지금 ‘1회용품과의 전쟁’을 수행중이다.
97년 10월 발족한 쓰시협은 전국 70여개 지역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가장 성공적인 시민단체 연대활동’이라는 평가를 받는 쓰시협이 발족 당시부터 가장 관심을 기울여온 사업이 1회용품 퇴치운동. 1회용품의 사용을 억제하는 것이 쓰레기 발생량을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쓰시협 공동대표인 환경운동연합 최열(崔冽)사무총장은 “심각환 환경문제를 유발하는 1회용품의 사용을 규제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기업들은 엄청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환경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해법’이었다”고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쓰시협은 각 유통업체를 방문, 1회용품 사용실태를 조사하고 사용 자제를 촉구하는 한편 시민들을 상대로 꾸준히 홍보활동을 벌여왔다.
또 거의 사문화한 ‘자원의 절약 및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강화하도록 정부에 꾸준히 요구했다. 결국 정부도 쓰시협의 요구를 수용, 기존에 ‘자제’하도록 돼있던 1회용품 사용을 ‘억제’하는 법률을 마련했다.
1회용품과의 ‘1단계 전쟁’은 쓰시협의 판정승으로 끝나가고 있다.
전국의 대형유통업소 1백70곳 중 65%인 1백12개 업소가 무료로 제공하던 쇼핑봉투를 돈을 받고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15일부터 백화점업계 등이 일제히 쇼핑봉투 유상판매에 들어간 서울은 81%나 된다. 서울 강남지역 음식점 1백64곳의 컵 접시 젓가락 등 1회용품 사용률도 평균 7% 이하로 낮게 나타났다.
그러나 쓰시협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곧바로 ‘2단계 전쟁’에 돌입했다. 2단계 전쟁의 목표는 1회용품 사용 억제로 업체들이 얻는 이익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주도록 만드는 것.
쇼핑백과 쇼핑봉투 사용 억제만으로 대형유통업계가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은 연간 1천1백억∼2천억원 정도. 쓰시협은 비용 절감으로 인한 수익을 가격할인 등의 형태로 소비자와 사회에 환원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 현재 1회용품 사용억제 대상에서 빠져 있는 서점과 약국 등도 이 운동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소속 회원 약국 1천여곳이 이미 1회용품 사용을 억제키로 약속했다.
초기에 난색을 표명하던 유통업계의 표정은 한결 밝아졌다.
백화점협회 이영복(李永福)업무과장은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소비자들이 적극 호응해줘 매출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언론과 시민들의 질타를 받으면서 시작했지만 이제 각 업체가 자율적으로 환경기금조성 등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안을 구상중이다”고 말했다.
쓰시협 양장일(楊將一)사무국장은 “정부의 1회용품 사용억제책이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낮게 책정된 비닐봉투 가격을 높여 봉투 절감효과를 높이고 패스트푸드점의 1회용품 사용률을 낮추도록 하는 작업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