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에 있어 ‘실패’는 흔히 어떤 종목을 사자 마자 주가가 하락, 큰 손해를 입은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좋은 종목을 잡고도 충분히 오르기 전에 팔아버린다면 약간의 이익을 보았더라도 이 또한 엄연한 실패다.
5년전 A종목에 대한 투자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교훈으로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다. 봉제수출업을 하는 A사는 성장잠재력에 비해 주가가 낮게 평가돼 있었다. 고가품 전략으로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었고 임금이 싼 해외로 공장을 옮긴 사업구조도 매력적이었다.
50%이상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해 꾸준히 주식을 사들였는데 기대와는 달리 2년이 지나도록 별 움직임이 없었다. 속이 탔다. 안팎의 ‘압력’이 빗발쳤지만 수차례 방문을 통해 실적이 향상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는 최초의 판단을 믿기로 했다.
1년쯤 더 지나자 마침내 주가는 탄력있게 오르기 시작했다. ‘그럼 그렇지…’하는 마음에 흥분되기까지 했다. 평균 70∼80%의 수익률을 달성한 뒤 A사 주식을 전부 팔았다. 그 3년동안 종합주가지수는 50% 이상 하락했으니 상당한 성공을 거둔 셈.
그러나 아뿔싸! A사 주가는 계속 갖고 있었다면 25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정도로 더 오르는 게 아닌가. 결과적으로 A사에 대한 투자는 ‘절반의 성공’이자 ‘절반의 실패’였던 셈이다.
돌이켜 보면 절반의 성공이 기업에 대한 믿음과 인내에 대한 보답이라면 절반의 실패는 게으름에 대한 징벌이었다. 추가분석을 하지 않은채 애초의 평가를 기준으로 뽑아놓은 나름대로의 적정가격에 따라 팔아치웠는데 A사의 실적은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큰 폭으로 좋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주식시장은 살아 움직인다. 일정시점의 분석을 기초로 투자판단을 고정시키는 것은 정말 위험한 일이다.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기 위해선 투자대상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추적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는 실패로 끝나거나 기껏 절반의 성공을 맛볼 수밖에 없다.
김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