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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PO]벼랑몰린 대우 『김훈, 너만 믿는다』

입력 | 1999-03-23 18:39:00


프로농구 대우제우스의 유재학감독은 23일 이른 새벽부터 비디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벌써 며칠째인지 모른다.

삼성썬더스에 연패. 24일 잠실 3차전에서도 진다면 4강 진출의 꿈이 좌절되고 만다.

그동안의 경기 비디오를 면밀히 분석한 유재학감독의 결론은 “그래도 김훈을 믿을 수밖에 없다”는 것.

대우가 정규리그 3위를 한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스마일 슈터’김 훈(26·1m90)이 우지원이 빠진 공백을 혼자서 잘 메워줬기 때문. 윌리엄스 등 기량이 뛰어난 용병이 가세한 덕도 있지만 이는 경쟁팀들도 마찬가지. 경기 종료 직전까지 뒤지고 있어도 유감독의 마음엔 항상 ‘김훈의 한방이 터져주면 이길 수 있어’라는 기대가 있었다.

김훈은 2월10일 부천 삼성전에서 종료 58초전 통쾌한 3점슛을 터뜨려 88대87로 팀에게 한점차 짜릿한 승리를 안겨주는 등 결정적일 때 제 몫을 했다.

그러나 정규리그 45게임에 모두 출전, 평균 14.6득점을 올렸던 김훈은 1차전에서 12득점, 2차전에선 단 6득점으로 부진했다. 40%의 정확도를 자랑하는 3점슛도 2경기 통틀어 단 한개뿐.

게다가 21일 2차전에서 김훈은 윌리엄스와 번갈아 수비를 맡던 연세대 2년선배인 삼성의 주포 문경은을 자주 놓쳐 한때 19점이나 앞서가던 경기에서 결국 패배했다.

그러나 유재학감독은 고집을 부렸다. 김훈이 경기도중 다리를 만지는 등 몸이 무거운 기색을 보였지만 40분 풀타임을 뛰게 했다. 그를 신뢰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

연세대 코치로 김훈과 문경은을 지도했던 유재학감독. “김훈은 성실하고 슈팅이 뛰어나지만 순발력이 약한데다 수비를 앞에 두고는 슛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문경은은 경쾌한 스텝을 밟으며 날리는 슛이 좋다”고 평가한다.

유감독은 24일 삼성과의 3차전에서 김훈에게 오픈찬스를 만들어주고 상대팀 주포인 문경은의 무빙슛을 철저히 막는 작전을 펼쳐보일 예정이다.

〈전 창기자〉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