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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순차중계」 합의 사실상 깨져

입력 | 1999-03-24 19:03:00


방송3사의 스포츠 순차중계 합의가 흐지부지될 조짐이다. 3사는 지난해 전파낭비를 막고 시청자의 채널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순차중계를 합의했었다.

순차중계는 주요 국제경기의 경우 한 방송사가 중계권료 협상과 화면수신을 담당하고 3사가 게임을 나눠 돌아가며 중계방송하는 방식. 그러나 굵직한 스포츠경기의 중계는 광고판매 수익과 직결돼 있어 어느 경기를 어떻게 맡느냐를 놓고 방송사간에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23일 SBS는 4월4일 나이지리아에서 열릴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16게임을 단독중계하겠다고 밝혔다. SBS 이재명 스포츠센터장은 “28일 열리는 브라질 축구대표팀 초청 친선경기의 주간방송사인 KBS가 3사합의 원칙을 무시하고 단독중계하는데 따른 결정”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어렵게 합의됐던 순차중계 원칙이 무너진 것은 한국―브라질, 6월초 한국―벨기에 국가대표팀 친선축구경기 등 ‘축구열풍’을 불러일으킬 만한 빅 이벤트가 다가오면서 비롯됐다.

KBS는 이달초 3사 스포츠국장단 회의에서 “브라질과의 경기는 국민의 관심이 지대하므로 순차방송이 아닌 동시방송 대상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고 순차중계 원칙을 주장하는 SBS는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SBS가 빠진 상황에서 대 브라질전은 KBS,대 벨기에전은 MBC가 중계하기로 양사간에 ‘교통정리’됐다. 이에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의 주간방송사인 SBS가 반격을 가한 것. 순차중계 원칙이 흔들린 가장 큰 이유는 애매한 합의안 문구 때문. 합동방송세칙에는 ‘정기 주요 국제대회, 올림픽이나 월드컵대표팀의 국내외평가전 같은 부정기 주요대회 등은 합동으로 순차 방송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남북한전 한일(韓日)전 같이 국민의 관심이 큰 경기는 3사가 동시방송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방송사간의 다툼으로 시청자들은 채널선택권을 박탈당하고 중계권료 인상으로 외화낭비의 우려가 높아졌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