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은 저울에 단 인생.」
“삶의 중심을 못잡고 부정한 유혹에 빠지면 끝장이란 뜻이죠. 공무원 남편과 평생을 산 장모(69)가 일깨워준 금언(金言)입니다.”
건설교통부 신공항시설과 최동식(崔洞植·49·행정사무관)씨.
똑바른 천칭(天秤)처럼 살고자 노력한 공직생활이 올해로 30년째.
토지정책과에서 국가보상 업무를 담당하던 94년. 지방의 모국장이 “절친한 동기동창”이라며 한 민원인을 최씨에게 소개했다. 그 민원인은 “내 땅이 보상받을 수 있게 적당한 유권해석을 내려달라”는 청탁을 했다. “당신이 조금만 도와주면 8억원의 이익이 생긴다. 충분한 사례를 하겠다”는 은밀한 유혹도 뒤따랐다.
최씨는 “구체적인 답변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며 거절했다.
애간장이 탄 민원인은 돈봉투를 싸들고 최씨를 쫓아 다녔지만 허사였다. 최씨의 양심저울이 끝까지 기울지 않았던 것.
경기 안양시에 있는 최씨의 집은 대지 41평에 건평 18평짜리다.
최씨 부부와 2녀1남(여고3, 여고2, 초등학교6년) 다섯 식구가 20년째 살고 있다.
최씨가 보다 좋은 집으로 이사가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럭저럭 살만 하니까요.”
“독방을 달라”고 투정하던 두 딸도 머리가 커지면서 아빠의 사는 법을 이해하고 존중하기 시작했다.
그 흔한 자가용이 없는 이유도 비슷했다. “대중교통만 이용해도 불편한 게 없으니까요.”
최씨가 꼽는 공무원의 최고덕목은 성실.
그는 “나만 특별한 공무원이 아니다. 성실하지 않은 사람은 살아남을 수 없도록 공직사회 분위기가 나날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80년대 초 중앙재해대책본부에 근무할 당시 그는 화장실 가는 시간만 빼고 그야말로 24시간 비상대기했다. 그래서 불시에 걸려 오는 웃분들의 상황 문의에 완벽하게 답변할 수 있었다.
최씨의 이같은 성실함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82년1월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검은 유혹에 한 눈 팔 겨를이 없어요.”
최씨가 말하는 ‘미스터 클린’의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