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봉천동 당곡고교 국어과 최홍이선생(57). 31년차 평교사다. 교감 교장 대신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기쁨을 택했다. 이번주 출간된 에세이 ‘평교사는 아름답다’(열림원)는 그가 아이들을 통해 세상을 ‘배워온’ 기록이다.
그는 별나다. 산업체부설 야간고교, 통신고등 남들이 꺼리는 학교를 찾아 다녔다.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변변히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의 선생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그의 교육원칙은 그저 아이들의 삶 속으로 파고드는 것이다.
20년 전 산업체 특별학급 교사 시절에도 그는 한 문제학생의 삶 속으로 뛰어들었다. 며칠째 무단결석하던 신경숙.
열여섯 어린 나이에 서울로 올라와 낮에는 구로공단 여공, 밤에는 학생으로 살아가느라 지친 아이였다. 집까지 찾아온 선생님에 이끌려 학교로 되돌아온 아이에게 반성문을 쓰게 했다. 아이는 두꺼운 대학노트를 꼭꼭 채워 반성문을 냈다. 놀라운 글솜씨였다. 아이를 다독였다. “너 소설가가 돼 보는 게 어떻겠니?”
‘그 전엔 막연히 글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 소설가가 되어야겠다로 바뀐 건 최선생님의 그 한말씀 때문이었다’(소설가 신경숙의 발문 중)
그러나 ‘신경숙’은 그가 가슴 속에 간직한 수많은 이름 중 하나일 뿐이다. 그는 수많은 이름들의 간절한 사연들을 ‘평교사는 …’에 담아냈다.
‘방송통신고의 일요일 등교도 허락하지 않아 제적당한 안양공장 이진구군, 전신마비 몸으로 1년을 사투하듯 등교하다 중도포기한 김완석군…. 그대들의 실상을 그저 관념으로 밖에 이해하지 못한 내 모습이 부끄러울 뿐이다.’
‘평교사’란 이름을 자랑스러워하는 최홍이선생. 교육개혁도 교권확립도 평교사의 자존심 위에서만 꽃필 수 있다고 믿는다.
“소신과 양심을 갖고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것, 그것이 평교사의 자존심이 지켜지는 길입니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