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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권재현/어처구니 없는 「환각패륜」

입력 | 1999-03-26 19:01:00


마약 휴유증으로 편집증에 시달리다 급기야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해 열흘간이나 냉장고에 유기했다가 26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자수한 최완석(崔完碩·27)씨.

그는 친어머니 살해동기를 어처구니 없게도 TV에게 돌렸다.

“TV에서 어머니를 죽이지 않으면 제가 죽을 거라고 그랬어요….”

횡설수설하는 최씨는 양복을 세벌이나 껴입었고 핏발이 선 눈동자는 흐릿했다.

그는 지난해말 자신의 아버지에게도 주먹을 휘둘러 골반 골절상으로 병원신세를 지게 만들었다.

경찰조사결과 외아들인 최씨는 그동안 부모로부터 복에 겨운 사랑을 받아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K예술고를 졸업한 최씨는 90년 미국으로 유학을 가 뉴욕에서 순수사진을 전공했다. 1년반전에 귀국한 최씨는 이후 프랑스와 일본을 수차례 오가며 생활해왔다.

이 모든 것이 일정한 직업 한번 갖지 못한 그로서는 부모의 지원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최씨의 아버지는 견실한 중소기업체 대표였고 이들은 6층짜리 다세대건물의 소유주로 풍족한 생활을 누려왔다. 이씨 집에서 발견된 고교 졸업사진에서 활짝 웃고 있는 세사람의 웃음은 풍요와 행복을 말해주는 듯했다.

이들의 웃음을 산산이 찢어버린 것은 마약이었다. 최씨는 미국에서 코카인 대마초 등 마약에 손을 댔고 국내에 돌아와서도 이를 끊지 못하다 결국 패륜아가 되고 말았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