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가 다시 전면에 떠올랐다. 윌리엄 데일리 미 상무장관이 25일 방한 즉시 스크린쿼터의 축소를 주장하자 영화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선 것.
데일리장관은 방한 기자회견에서 “한국영화시장 개방은 한국영화 제작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스크린쿼터 축소를 요구했다. 또 함께 방한한 미국 영화협회(MPA)의 잭 발랜틴회장은 26일 김대중대통령 면담을 시작으로 정부관계자와 영화인들을 연쇄 접촉, 스크린쿼터 축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스크린쿼터사수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김지미 이태원 임권택)는 “스크린쿼터는 할리우드영화의 독점을 막고 한국영화산업 발전의 중요한 기반이 되는 경쟁촉진정책”이라며 “정부는 압력에 굴복하지 말고 스크린쿼터의 원칙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발랜틴 MPA회장은 미국 복합시청각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 압력을 행사해온 인물.
“그가 가는 곳마다 세계 각지의 영화산업은 이같은 압력에 밀려 붕괴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스크린쿼터에 힘입어 77년 자국 영화 점유율이 25%까지 치솟던 브라질도 같은 해 발랜틴의 방문 직후 영화시장이 붕괴, 할리우드에 점령됐다는 것이다.
비대위는 “우리 정부가 미국측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스크린쿼터 유지를 위해 강력한 투쟁에 나설 뜻을 밝혔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