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에서 지식인은 프랑스혁명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 인간의 이성과 자유를 위한 끊임없는 투쟁을 벌여왔다. 1898년 드레퓌스 사건 때 에밀졸라 등 프랑스 지식인들이 행한 서명운동을 비롯, 나치 독일에 대한 레지스탕스 운동, 베트남 전쟁 때의 미국내 반전운동, 제3세계 민족해방 운동 등은 지식인들이 역사 변혁에 주체로 참여했던 대표적 사례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 후기의 ‘실학자’가 근대 지식인상의 뿌리.
그러나 일제시대와 남북분단, 군사독재정권 등을 거치면서 한국의 지식인들에게는 일차적으로 ‘저항’과 ‘비판’의 역할이 시대의 과제로 주어졌다. 최근의 경제위기와 관련해서는 이를 미리 예견하지 못한 지식인들의 자기반성이 잇따르기도 했다.
물론 역사적으로 지식인 중에는 수많은 ‘변절’지식인도 있었고 세련된 언어의 유희에 매몰돼 대중들로부터 멀어진 지식인도 있었다.
이제 공공교육의 확대와 인터넷의 발달로 지식인의 범위와 그 역할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고려대 김문조교수(사회학과)는 “대학교육을 받지 않고도 누구나 전문성을 지닌 지식인이 될 수 있는 사회가 올 것”이라며 “그러나 인류 문명의 변화를 이끌 중대한 담론을 제시하는 비판적 지식인의 역할은 계속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