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장으로 출근하는 두 남자.’
아직 미혼인 김훈(金薰·28) 조돈훈(趙燉勳·29)씨는 거의 매일 예식장을 찾아나선다. 그러나 본인들의 결혼 준비를 위한 것은 아니다. ‘웨딩사인’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두사람에게 예식장은 최대의 ‘거래처’이기 때문이다.
신랑 신부 친지들의 결혼 축하 메시지를 비롯해 회갑 돌 기념사진 등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게 동판에 새겨 주는 것이 이들의 일.
대학 선후배 사이인 두사람은 작년말 함께 사업을 하자는 데 의기투합, 직장을 박차고 나왔다. 그러나 문제는 사업자금. 뻔한 샐러리맨 퇴직금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은 그리 많지 않았다.
창업박람회장을 다니면서 각종 아이템을 수집하던 중 눈에 띈 게 바로 웨딩사인이었다.
웨딩사인은 우연산업(02―515―0050)이 개발한 아이템으로 본래 연예인들 사이에 유행했던 팬시 사업. 아이디어도 괜찮고 창업자금이 얼마 들지 않는다는 점이 구미를 끌었다.
이들이 대리점 보증금 가맹비 등 창업자금 사용한 돈은 2천만원. 점포가 필요 없어 사무실 임대료가 안들어간 덕에 자금부담을 크게 덜었다.
창업 이후 석달째 두 사람은 오전에 잠깐 만나 그날의 마케팅 전략 회의를 하고는 흩어져 각각 거래처를 공략한다. 예식장 호텔 등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면서 같은 설명을 몇 번씩 반복하다 보면 저녁 7,8시를 예사로 넘긴다. 덕택에 이제 예식장가에선 이들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다.
“아직은 ‘그게 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제품을 일단 보여주면 ‘멋있다’는 반응이 대번에 나오죠.”
결혼식이나 회갑잔치를 앞둔 사람을 찾아내 우편물을 발송하기도 한다.
동판에 새겨 넣을 수 있는 내용은 무궁무진. 얼마전부터는 돌 기념으로 아기 손 모양을 새겨넣는 게 인기를 끌고 있다. 가훈이나 남기고 싶은 연애편지 감사패 학위증 등을 새겨달라고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비용은 5만원에서 28만원까지 다양하다.
한달에 주문 받는 건수는 평균 20∼30건. 금액으로 따진다면 월평균 7,8백여만원의 매출액이다.
두 사람은 “아직 씨를 뿌리는 단계라 수입이 많지는 않은 편”이라면서도 올 하반기부터는 고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수입목표를 ‘직장생활 때보다 최소한 두배 이상’으로 잡고 있다.
김씨와 조씨는 “2,3년 고생해서 돈을 모은 뒤 결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때는 우리 자신을 위한 웨딩사인도 만들어야죠.”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