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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김진홍/책읽기를 생활화하자

입력 | 1999-03-28 19:43:00


나는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유아기를 그곳에서 보냈다. 해방되던 해 가을 귀국선을 타고 귀국했으니 말하자면 재일동포 출신인 셈이다. 일본에 오랫동안 사셨던 어머니는 우리 형제들이 자랄 때 일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들려주셨다. 어머니는 한국 사람들이 일본 사람들에게서 배울 것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셨다. 우리가 다시 일본 사람들의 종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본에 욕만 할 것이 아니라 좋은 점을 배워야 한다고 되풀이 되풀이 말씀하셨다. 어머니가 이르셨던 일본 사람들의 장점이란 주로 세 가지였다.

★일본인의 3대 장점★

첫째, 일본 사람들이 정직하다는 점이다. 둘째, 일본 사람들은 남에게 폐끼치기를 싫어하고 남의 흉을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셋째, 일본 사람들은 책읽기를 즐겨한다는 점이다.

일본인의 정직함으로 말하자면 이미 세계가 알아준다. 그들은 세계에 정직한 국민이란 평판을 얻어 이를 바탕으로 오대양 육대주에 일본 상품을 비싼 값에 팔아오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다른 자질은 일본 사람들을 오히려 능가하면서도 정직성과 신용에서 뒤지는 점을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이다.

남의 흉을 보지 않고 이웃에 폐끼치기를 싫어하는 것도 일본인의 특성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사회는 국민교육의 기본을 ‘남에게 폐끼치지 않는 사람이 되게 한다’는 점에 둔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이웃에 폐끼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우리는 아직도 남의 흉보기를 즐겨하고 자신의 언행이 이웃에 폐끼치는 것에 너무 둔감하다. 심지어 대범하다는 핑계로 이웃에 주는 피해를 무시하는 버릇이 있다.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선진 한국으로 가기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일본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책읽기를 즐겨하는 민족이다. 그들은 공원에서든 열차에서든 책읽기가 생활화돼 있다.

우리는 잡담을 하거나 화투놀이를 하기도 하고 술판을 벌이며 소란을 피운다. 이런 수준으로는 누가 지도자가 돼도 선진국으로 가기 어렵다. 어머니는 우리 형제들이 잡담으로 시간을 보내거나 쓸모없는 일에 시간을 보내면 엄하게 나무라시면서 책읽는 습관을 들이라고 타이르셨다. 친척 집이나 이웃을 다니시며 우리 형제들에게 읽을거리를 빌려다 주셨다.

당시에는 책이 귀하던 시절이다. 더욱이 고향인 경북 청송의 두메산골에서 읽을거리를 구하기는 어려웠다. 어머니는 초등학생인 나에게 법학통론이니 심리학원론이니 이런 책들을 구해 읽으라고 주시는 때도 있었다. 내가 어려워서 읽지 못하겠다고 하면 어머니는 “몰라도 책을 쥐고라도 있어라, 책읽기는 습관”이라고 이르셨다.

그런 덕분에 나는 책읽기가 습관이 됐다. 6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손에 책이 없으면 몸에 균형이 잡히지 않는 듯함을 느낀다. 자투리 시간이라도 짬만 나면 책을 읽는다. 해외여행이 잦은 나는 이런 습관 때문에 가끔 비행기를 놓치곤 한다. 출발시간을 기다리며 대합실에서 책을 읽다 책에 빠져들게 된다. 얼마 지난 후 너무 조용해 주위를 돌아보면 비행기가 이미 떠났다. 그래도 나는 이런 습관을 고칠 생각이 없다. 책읽기가 나에게 너무나 큰 이로움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책읽기를 습관화 생활화하라고 권한다.

★정보화사회 대처를★

한국 사람들이 1년에 읽는 책의 평균 숫자는 이웃 나라 일본이나 러시아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 이래서는 선진국이 되기 어렵다. 더욱이 다가오는 21세기는 지식사회요 정보화사회다. 지식이 있는 나라가 강대국이 되고 정보가 많은 국민이 선진국민이 된다. 한국은 땅은 좁고 자원이 적은데다 사람만 많다. 이런 처지를 극복해 선진한국, 복지사회를 건설하려면 지식과 정보에 탁월한 국민이 되는 길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나는 지금 교육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 작업에 적극 찬성한다. 학생들이 입시공부에 매이게 하지 말고 폭넓은 독서와 창조적인 사고를 기르게 해야 한다. 그런 교육의 첫걸음이 책읽기에서부터 비롯된다. 책읽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국민이 돼 지식사회를 세워나가자. 이것이 우리 겨레의 유일한 활로(活路)다.

김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