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김대휘·金大彙부장판사)는 27일 지난해 8월 한총련 대표 자격으로 밀입북한 뒤 ‘연방제 통일’ 등을 결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황선(黃羨·25·덕성여대 제적)피고인에 대한 공판에서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적시하라”며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기소내용은 황씨가 북한의 지령을 받기 위해 탈출했다가 지령을 받은 뒤 잠입했다고 기소했지만 지령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지 않아 유무죄를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포괄적이거나 추상적으로 적용돼 인권침해 논란을 빚어온 국가보안법을 엄격히 해석하라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 사건의 주심인 김양희(金亮希)판사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검찰에 공소사실을 변경하도록 요구한 것이며 국가보안법 개정 논의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밀입북한 대학생들에 대해 잠입 탈출죄를 적용해 유죄를 선고한 판례가 많은데 공소장 변경을 요구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