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반도 분쟁이 오히려 확대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유고연방 공습을 단행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미국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는 공습목적을 두 가지로 설명해 왔다. 그것은 △유고연방의 알바니아계에 대한 ‘인종청소’를 저지하고 △발칸분쟁의 확산도 저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종청소는 더욱 격화되고 있다. 유고연방군의 미그 29기와 헬리콥터들은 인근 보스니아까지 침투했다. NATO와 유고 사이에서 중립적이었던 마케도니아에서는 격렬한 반미데모가 일어났고 세르비아군의 포탄이 인근 알바니아에까지 떨어지고 있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연방 대통령은 NATO 참전국간 내분을 유도하며 코소보위기를 발칸반도의 다른 지역까지 확산시키기 위해 세르비아군의 포격을 이용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자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28일 “NATO군이 코소보 사태에 대한 통제를 상실하거나 무력개입을 대폭 확산시켜야 할 기로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지금까지 ‘힘이 뒷받침하는 외교’라는 개념을 설정하면서도 미군 피해에 대한 여론 악화를 우려해 압도적인 화력과 첨단무기에 의존하는 공습을 선호해왔다. 뉴욕타임스지는 28일 클린턴 대통령의 이같은 전략을 ‘(비둘기가 아닌) 망설이는 매’로 비유했다. 미국 정보분석가 윌리엄 아킨은 ‘새로운 형태의 함포외교’라고 비웃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와의 회견에서 “클린턴 행정부는 보스니아에서 이라크사태에 이르기까지 4백대의 전폭기가 3천번의 비행으로 1천개의 폭탄을 투하해 1백개의 목표물을 파괴하면 상황이 종료될 것으로 생각해왔다”고 비아냥거렸다.
‘신판 함포외교’인 공습만으로는 인종적 증오가 복잡하게 얽힌 발칸의 분쟁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그러나 지상군을 투입해 유고연방을 코소보에서 밀어내는 것도 새로운 재앙을 부르는 결과가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유고연방 내에서 헝가리인들이나 슬로바키아인들이 다수를 이루는 지역의 독립운동까지 촉발해 발칸반도 전체를 분쟁으로 몰아넣을지도 모른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