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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의 심리학]심영섭/나비

입력 | 1999-03-28 20:16:00


심리학(Psychology)은 영혼을 뜻하는 ‘프쉬케’와 학문을 뜻하는 ‘로직’이 합쳐진 말이다. 그리스 신화속에 나오는 프쉬케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시샘을 받아 사랑하는 에로스와 헤어지지만, 온갖 고초끝에 결국 에로스와 다시 결합한다. 프쉬케는 그리스어로 나비라는 뜻을 갖고 있기도 하다.

나비와 영혼이라…. 실제로 나비는 많은 면에서 영혼과 닮아 있다.

고치라는 추하고 미성숙한 껍질을 벗는 자아성숙의 신비와 맨손으로는 쉽게 잡히지 않는다는 점, 찢어지기 쉬운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그러하다. 인간 영혼이란 프쉬케가 그러했던 것처럼 온갖 고난과 고초속에서 본래의 껍질을 벗고 환골탈태하는 그 무엇이며, 세속의 단 꿀을 빨면서도 자유롭기 바라는 욕망과 쉽게 상처입는 섬세함을 지녔기 때문이다.

영화속에서도 많은 경우 나비는 영혼을 상징하고 있다.

영화사상 가장 큰 나비는 감옥에 갇힌 ‘빠삐용’의 가슴에 새겨진 나비였던 것 같다. 끝끝내 탈출의 꿈을 버리지 않는 그는 철창에 갇힌 한 마리 나비였고 그가 지닌 자유에의 열망도 그만큼 절실했으리라.

‘엘비라 마디간’에서 마지막 소풍을 끝낸 뒤 살포시 일어났던 곡마단 소녀의 손끝에도 나비가 있었다. 유부남과의 사랑으로 세상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던 그녀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 죽어 오색찬란한 영혼으로 이승을 떠난다.

4월3일 개봉되는 ‘패치 아담스’에도 아름다운 나비 한 마리가 나온다. 의사 패치의 여자친구는 불의의 죽음을 당하기 직전 패치에게 힘들었던 어린시절을 고백한뒤 창밖의 유충이 차라리 부러웠노라고 눈물을 글썽인다. 여자친구가 죽은 뒤 모든 것을 포기했던 패치는 자신의 손 위로 날아온 나비가 자신을 위로하러 온 여자친구의 영혼임을 깨닫고 새 출발을 다짐한다.

프쉬케에는 이렇듯 겹겹의 의미가 숨어있다. 영혼의 성숙이란 스스로의 힘으로 고치를 만드는 나비처럼 오랜 고초와 외로움의 시간을 견뎌내는 과정임을 일깨워준다.

심영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