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판의 시계는 멈췄다.
브라질 오른쪽 진영을 질풍처럼 돌파해 들어간 최성용이 골문을 향해 날카롭게 올려준 볼을 김도훈이 수비수 2명 사이에서 유연하게 드리블하며 툭 차넣은 볼이 골네트를 갈랐다.
한국이 세계축구의 최강 브라질을 거꾸러뜨리는 순간이었다.
28일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대 브라질축구대표팀의 친선경기는 한국축구의 진가를 떨친 한판.
한국은 경기종료 직전 김도훈이 결승골을 터뜨려 1대0으로 ‘삼바축구’의 브라질을 눌렀다.
이날 경기 종료 7분을 남기고 교체 투입된 김도훈(빗셀고베)은 힘이 넘치는 돌파력과 슈팅으로 결승골을 뽑아냄으로써 ‘고베의 수호신’이라는 명성을 실감케 했다.
갑작스럽게 닥친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경기장을 찾은 6만여명의 팬은 브라질 선수들의 뛰어난 개인기에 갈채를 보냈고 이에 맞서 막상막하의 경기를 펼친 끝에 한국이 승리하자 환호성을 올렸다.
김도훈 황선홍 홍명보 유상철 하석주 노정윤 등 일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주축을 이뤄 불과 1주일 밖에 훈련을 하지 못한 한국과 역시 유럽에서 활약중인 선수들을 급조해 팀을 구성한 브라질은 조직적인 플레이는 보여주지 못했지만 세계 정상의 개인기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수비 서너명은 쉽사리 제치는 ‘3백20억원의 사나이’ 히바우두의 현란한 드리블.순식간에 한국 수비수 사이를 헤집고 문전을 파고 드는 세르징요의 돌파력.
방향을 종잡을 수 없이 급작스럽게 휘는 주닌요의 프리킥.
이에 맞선 한국의 ‘괴짜 수문장’ 김병지의 역동적인 펀칭과 수비력.
황선홍의 힘과 서정원의 빠른 돌파력.그리고 노정윤의 배짱 두둑한 플레이.
개인기 위주의 플레이를 펼쳤던 브라질은 후반들어 이기기 위해 초반부터 빠른 템포의 전술로 한국 문전을 위협했다.
12분 한국 진영 오른쪽을 돌파한 카푸가 센터링한 볼을 김병지가 쳐낸 순간 달려들던 아모로조의 발에 걸려들었으나 다행히 슈팅이 수비수 맞고 튕겨나갔다.
이에 질세라 한국도 발빠른 서정원이 최전방 공격에 나서면서 35분 황선홍 37분 최성용 41분 황선홍이 연이어 슈팅을 날려봤으나 브라질 GK 세니의 수비에 걸려들었다.
39분 오드반의 문전 앞 슈팅을 김병지가 걷어내 최대의 위기를 넘긴 한국은 41분과 43분 황선홍의 연이은 슈팅에 이어 김도훈이 최성용의 패스를 받아 결승골을 넣음으로써 대미를 장식했다.
stt77@donga.com
△친선경기
한국 1-0 브라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