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봐서는 전혀 흥미롭지 않지만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작품입니다.”
“깊숙한 울림의 소용돌이가 내면에서 일 것만 같습니다.”
“혁신적인 판화기법도 눈에 띄는군요.”
오이량의 작품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평이다. 오이량은 지난해 12월 70여개국의 작가 2천여명이 참가한 ‘아가트 국제판화전’(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심사위원단은 리차드 헬만(미국) 등 4인.
오이량의 개인전이 4월6일까지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아가트국제판화전 대상작 ‘존재의 점 Ⅱ’를 비롯, 올해 1월 스페인 이비자 국제판화비엔날레에서 3등상을 받은 ‘존재의 점 Ⅰ’ 등 10여점이 전시중이다.
‘존재의 점’은 대부분 검정색 바탕에 지문이나 소용돌이 모양의 희미한 타원들이 그려진 작품들. 밤색 계통의 타원들을 그린 작품도 있다. 타원은 원에 비해 불안정한 상태. 끝없이 완성을 위해 나아가는 개인의 자아를 나타냈다.
작가는 “세월과 시간 속에서 깊숙이 물결치는 내면의 자아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검정색 혹은 밤색은 내면의 깊숙함과 경건함을 나타내는 색상.
그의 작품들은 판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보여준다는 평. 그는 과거에 가로 1m 세로 2m가 넘는 대형 동판화 작품을 시도하면서 판화의 크기에 대한 파격을 시도했다.
동판화로 이 정도 화면을 만들 경우 밑바탕이 되는 동판의 무게가 수 십 ㎏에 이르기 때문에 이를 수 십 차례 손으로 들어 올려가며 작업하는 자체가 어려운 일. 그래서 이 정도 크기의 동판화 작품은 드물었다. 이번 작품들은 가로 90㎝ 세로 60㎝ 정도로 그래도 일반 동판화 작품보다 두 배 크기다.
또한 정밀한 선과 표현으로 회화를 연상시키는 세밀한 기법이 눈에 띈다. 그는 금속의 부식효과로 판화면 위에 수묵화의 번짐효과와 비슷한 미세한 무늬까지도 만들어낸다. 금호미술관(02―720―5114)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