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이란 우리를 두고 하는 말일 겁니다. 옛말처럼 각 집의 수저가 몇 벌인지도 훤히 알 정도죠.”
경기 광주군 초월면 지월1리. 곤지암천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산중턱에 빌라 2개 동이 ‘그림’처럼 서 있다. 이름은 ‘언덕 위의 집’이란 뜻의 ‘힐 하우스’.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과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시장 등에서 장사하는 자영업자들의 친목모임인 ‘넝쿨회’ 회원 10가족 30여명이 모여살고 있는 곳이다. 모임을 만든 지가 10여년이나 됐기 때문에 이들은 서로간에 모르는 게 없을 정도다.
이들이 서울을 떠나 함께 모여 살기로 뜻을 모은 것은 97년 4월. 회원의 연령층이 대부분 50대로 자녀들이 대개 대학에 다니거나 결혼해 분가했기 때문에 홀가분하게 살기위해 ‘탈(脫)서울’을 결심한 것.
“새벽 3,4시면 시장에 나가고 오후4시면 집에 돌아와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서울에선 시끄러워 쉴 수가 없더군요. 또 우리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겐 대형 트럭을 세울 만한 공간이 필요한데 서울에선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도매업을 하는 허용석씨(50)의 말이다.
이들은 8백10여평 크기의 준농림지를 사 42평형 빌라 6채씩이 들어있는 2개 동을 세워 지난해 5월 입주했다.
가구당 투자 비용은 △대지구입비 3천2백만원 △건축비 8천5백만원 △토목조경관리비 1천만원 등 총 1억2천8백여만원. 처음엔 12가구가 입주할 예정이었지만 ‘IMF경제난’으로 2가구는 잔금을 내지 못해 현재 10가구만 입주해 살고 있다.
빌라 뒤편은 온통 참나무와 도토리나무 숲. 지난해 가을엔 도토리를 따다 광주읍내 시장에 내다 팔기도 했다. 숲과 빌라 사이엔 3백50여평 넓이의 텃밭도 있어 지난해 가을 상추 배추 고추 가지 등을 함께 길러 나눠먹기도 했다.
힐 하우스 가족들은 주말마다 빌라 앞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벌인다. 이 때는 서울에서 분가해 살고 있는 자녀들까지도 함께 모여 전원의 정취를 느끼곤 한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