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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박수천/정신질환자 편견으로 더 고통

입력 | 1999-03-31 19:16:00


70년대까지만 해도 길거리에서 쉽게 정신질환자들을 볼 수 있었다. 곡마단 광대라도 만난듯 아이들이 쫓아다니고 이웃들은 불안한 눈초리를 보냈다. 언제부터인가 이들이 눈에 띄지 않더니 쇠사슬에 묶이거나 철장에 갇힌 모습으로 언론매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변변한 치료제도 없고 정신병원도 부족했던 시절이다. 집안에 정신질환자가 있다고 하면 혼사도 끊기고 가문의 명예에 손상이 갈까봐 어둑한 골방에 가두어놓거나 산속 깊은 요양소에 격리시키곤 했다.

한국 정신질환자의 치료 유병률(有病率)은 전 인구의 2.7%. 실제 치료받지 못하고 통계에 누락된 환자까지 포함하면 인구의 7∼10%는 될 것으로 추정된다.

복잡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은 정신질환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될 수 없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노이로제 우울증 자폐증 약물중독 치매 등 3백여종의 정신질환에 노출돼 있다.

편견을 씻어내고 정신질환자도 낫는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정신질환은 불치의 병이 아니다. 좋은 약이 개발되고 치료기법도 발전해 무조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오히려 일반인보다 낮다. 만성환자의 경우 다소 기능이 떨어지더라도 자기 몫을 하며 ‘생산적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

금년 1월부터 정신질환자도 법률상 ‘정신장애인’으로 돼 2000년부터는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지원을 받는다. 폐쇄적으로 운영되던 정신보건시설도 개방돼 환자들은 6개월마다 퇴원심사를 받고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다.

정신장애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이 일시에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신체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불과 몇년 사이에 크게 바뀐 것을 보면서 당사자와 가족들은 용기를 내야 한다. 수치심을 버리고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사회활동을 하고 다른 질병과 다름없다는 것을 널리 알려야 한다.

‘정신건강의 날’(4일)을 계기로 전국에서 체육대회 공연행사 강연회 등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지역주민들이 다함께 참여해 정신장애인의 온전한 모습을 지켜보고 용기를 갖도록 격려해 줄 것을 기대해본다.

박수천(보건복지부 정신보건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