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6시경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건설공사장 앞 길. 말쑥한 양복차림의 신사들과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오후6시10분경. 막 찍어낸 조간신문 초판들이 도착하면서 어느새 모여든 사람이 1백여명을 넘어서고 거리는 신문을 읽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곳이 바로 매일 저녁한 때 반짝 열리는 조간신문 초판(가판)시장. 조간신문 초판은 각 조간신문사들이 가장 먼저 찍어내는 다음날 조간신문. 대부분의 가정에는 이 초판에 밤새 발생한 기사들을 추가해 새로 찍어내는 신문들이 배달된다.
양복입은 신사들은 정부 각 부처나 정부투자기관 대기업 등의 공보 및 홍보담당 직원들. 초판 신문에 자신들과 관련된 기사가 어떻게 나왔는지를 파악해 상부에 보고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만 2년째 초판신문을 보고 있다는 서울보증보험 홍보팀 양경주(楊景周·34)대리는 “각 신문에 관련기사가 어느 면에 어떤 크기로 게재됐는지 파악해 즉시 휴대전화로 보고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소화되는 신문은 신문별로 8백∼9백부 정도. 신문대금으로 볼 때 연간 5억∼6억원대의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상당수의 신문은 관공서나 기업체, 공보 또는 홍보담당 간부들의 집으로 배달되기도 한다.
배달을 위해 오토바이 배달원들이 떠나는 시간은 대략 오후7시경. 거리상으로 가장 먼 정부과천청사까지도 30분이면 도착한다.
19년째 가판 배달을 하고 있다는 조임선씨(38)는 “배달원들이 낮에는 보통 다른 일을 하다가 저녁 때 2시간 동안 이 일을 하고 한 달에 55만∼60만원 정도를 번다”고 말했다.
가판신문시장이 생겨난 것은 80년대 초. 5공 당시 학생시위가 한창일 때 문교부(현 교육부) 간부들이 집에서 초판 신문을 받아본 것이 계기였다. 이어 총리실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치안본부(현 경찰청) 등의 직원들이 하나 둘씩 이 대열에 동참하면서 82년 완전히 정착됐다. 처음엔 인근 교보문고 앞에서 시작됐지만 84년 현재의 자리로 옮겨왔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