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0년대 영국의 직물공업지대에선 밤만 되면 조직적인 기계 파괴활동이 벌어졌다. 이른바 러다이트운동.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 감소로 생계에 위협을 느낀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한 사건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산업혁명에 비견되는 디지털혁명을 주도하는 인터넷도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인가. 인터넷이 국내외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나 고용 감소를 호소하며 집단반발하는 움직임은 없다. 오히려 그 반대로 인터넷으로 ‘밥을 먹고 사는’ 신직종이 등장하고 인터넷사업으로 ‘돈벼락을 맞았다’는 얘기들이 펼쳐지고 있다.
인터넷의 확산 속도는 눈부시다. 한국전산원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사용자수는 94년 13만8천명에 불과했으나 채 5년도 지나지 않아 3백50만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인터넷을 빼놓고는 경제활동을 논할 수 없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전자상거래의 빠른 성장속도를 고려할 때 늦어도 5년 이내에 세계 각국의 국내총생산(GDP)중 80% 가량이 인터넷을 통해 창출될 것”이라는 미국 PSI넷(미국 최초로 인터넷 상용서비스 제공) 윌리엄 슈레이더 회장의 주장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처럼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는 과정에서 21세기형 유망직업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몰마스터’가 대표적인 예.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사이버공간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고 파는 전문직업인을 뜻하는 몰마스터는 디지털경제시대에 각광받을 유망 직업으로 손꼽힌다.
국내 최초로 개설된 인터넷쇼핑몰 데이콤인터파크의 정일헌씨(29·EC솔루션팀)는 개업 2년차의 몰마스터. 정씨의 하루 일과는 E메일 점검으로 시작된다. 책상위에 놓인 것은 펜티엄급 노트북 한대와 수많은 자료서류뿐. ‘현실 매장’이 없기 때문에 노트북속에 나타난 가상쇼핑공간을 둘러보면서 갖가지 아이디어를 구상한다. 예측한 대로 고객들이 움직여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정씨는 말한다.
이밖에 △인터넷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웹마스터’ △판매상품을 선정하고 기획하는 ‘웹마케터’ △인터넷비즈니스의 기획과 제작을 지휘하는 ‘웹PD’ △인터넷에 가공된 정보를 제공하는 ‘콘텐츠 프로바이더(CP)’ △인터넷을 탐색해 정보를 캐내는 ‘웹서퍼’ △그래픽 사진 문자 등을 이용해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웹디자이너’ 등도 인터넷과 관련된 새로운 직업들이다.
사람들의 직업관이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 얼마전 발표된 미국의 직업평가연감에선 웹사이트 매니저가 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1위로 선정됐으며 상위 10위권에서 9개가 컴퓨터 및 수리관련 직업인 것으로 나타나 정보사회로의 변화를 입증했다.
우리 정부도 앞으로 4년간 정보인프라 구축 등에 28조원을 투입하는 ‘사이버코리아 21’을 추진할 예정. 1백만명의 새 일자리 창출과 1백18조원의 생산유발효과를 목표로 한 이 계획이 마무리되면 국내 인터넷인구가 1천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제대로만 된다면 환란의 여파로 발생한 대량 실업자들이 모두 흡수될 수 있을 정도라니 기대가 커진다.
한 시대가 새로 열릴 때는 누가 먼저 변신을 하느냐가 사회생활에서의 승패를 가름한다. 벌써 ‘컴맹’을 대신해 ‘인(터넷)맹’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것이 현실이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