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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게 삽시다]운동…자원봉사…「젊음의 과녁」쏜다

입력 | 1999-04-01 19:51:00


▼ 젊음을 쏜다▼

3월29일 오후 2시반. 1백45m 떨어진 과녁으로부터 ‘딱’하는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깃발이 올라갔다. “관중(貫中)이요!”

서울 중구 장충동의 활터 ‘석호정(石虎亭·02―2273―2061)’. 15명의 노인이 3명씩 편을 갈라 활쏘기 시합을 하며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활쏘기를 즐기는 유언식(劉彦植·73·경기 용인시 수지면)씨는 육군 상사 출신. 10년 전부터 거의 매일 이곳에서 몸과 마음을 다지고 있다. 유씨의 하루운동량은 하루 총 45시(矢)분량. 다섯개 시(矢)를 쏘고 쉬었다 다시 다섯번 쏜다.

국궁을 선택한 이유는 허리와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전신운동이며 쏘기전 숨을 들이키고 일시 정지하면서 자연스럽게 단전호흡이 되는 운동이기 때문.

유씨는 “노인정과는 달리 여기서는 화투놀이 등 ‘잡기’가 일절 없다”며 “큰 돈도 들지 않는 활터가 노인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오후 2시반∼5시에 몰린다. 즉석에서 동군과 서군으로 갈라 시합하는 시간이기 때문. 진 팀은 이긴 팀에게 커피 한잔씩을 사는 ‘재미’가 있다. 휴식시간에는 바둑을 두기도 한다. 노인들은 “활을 쏘는 순간 정신을 통일해야 하므로 치매예방 등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노인운동”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업가 회사원 전문직 등 전직은 다양하지만 이곳 노인들의 특징은 일정 수준의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

석호정의 회원 60여명 중 65세 이상이 절반 가량. 가입비는 20만원. 25만∼50만원짜리 활과 화살 등 장비를 구입한 다음 한달간 무료지도를 받고 활터로 나간다. 활터 이용료는 월 3만원.

▼소일을 넘어▼

“따르릉∼” “예, 노인의 전화입니다.”

한국노인의 전화(02―3141―8802)에서 5년전부터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는 강병만(姜炳萬·70)씨. 평일은 매일 오전 5시45분에 일어나 동네약수터를 다녀온 뒤 오전 9시반까지 이곳으로 달려온다. 환갑이 지나 취미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일’이 됐다. 오후 5시까지 하루평균 20여통의 전화상담. 강씨는 “경험을 바탕으로 외로운 분들에게 며느리와의 갈등상담 양로원소개 법률조언 등 도움을 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말한다.

“중풍이나 치매에 걸린 노인 문제를 상담해오면 가슴이 아픕니다. 돈이 없으면 해결방법이 없는 현실 때문이지요.”

▼활기찬 노인이 늘면▼

유씨나 강씨처럼 활기찬 하루를 사는 노인은 그리 많지 않다. ㈜갤럽에 따르면 노인의 대부분은 TV시청 라디오청취 화투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운동을 즐기는 노인(4.8%)은 드물었다.

봉사활동분야도 아직 걸음마 단계. 90년초 발족한 서울시 산하 ‘노인지역봉사대’가 노인이 봉사에 참여하는 단체로는 거의 유일하다. 6천여 노인이 교통정리 공원관리 등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교통비조로 5천∼7천원씩 받는 정도다.

서울시 노인복지과 윤기환(尹棋煥·41)씨는 “아직은 노인 스스로가 자원봉사를 꺼리고 있지만 노년층이 늘고 ‘활기찬 노인’이 많아지면 무보수 자원봉사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갑·이승재기자〉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