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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5분독서]「손수 우리집 짓는 이야기」

입력 | 1999-04-02 18:31:00


메주 띄워 장 담그는 대신 대량 생산한 된장을 백화점에서 사먹는 것처럼 집 짓는 일도 집장사나 건축회사의 몫이 된 것이 현대화.

그러나 저자는 이 편리성을 거부하고 직접 망치잡고 톱질하며 집짓기에 나섰다. 그의 나이 쉰셋이던 93년. 게다가 그는 목수가 아닌 가톨릭 신부였다.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일이었지만 5년이 흐른 지금 그는 자기 손으로 지은 집에 앉아 창 밖의 풍락산(경북 봉화)을 바라본다. 왜 천주교 사제인 그가 지상의 집 한칸 마련하는 일에 골몰했던 것일까?

‘사람은 자동차나 컴퓨터없이는 살아도 밥과 옷과 집 없이는 살 수 없다. 가장 소중한 이 세 가지가 온통 병들어 있다. …우리가 사는 집이 살리는 ‘살림집’인가, 죽이는 ‘죽임집’인가.’

이 책은 귀농해서 손수 집 지을 사람들을 위한 ‘교재’로 사용되기 위해 쓰여졌다. 5년 간의 작업공정이 깨알같이 묘사됐다. 저자는 이 책이 “교양서적이 아니라 손수 집 짓는 이들의 친구가 되길 바란다”고 했지만 ‘공중감옥(아파트)’을 벗어나지 못하는 도시인들에게도 무엇이 살만한 집인지, 기준을 돌이켜 보게 한다. 현암사. 7,500원.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