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다리가 무너져 내려 목숨을 위협할 때, 표절과 모방시비가 눈과 귀를 방해할 때, 생각있는 사람들은 대개 우리의 ‘근대’를 탓했다. 우리에게 근대는 너무 일찍 왔거나 잘못 왔거나, 심지어 아직 오지 않은 그 무엇이라는 것이다.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김진송지음·현실문화연구)는 그간 부재했던 근대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고, 거울에 비친 우리 근대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똑바로 보자고 말하는 책이다. 나열식 연대기나 추상적인 이론서적의 ‘소외된 정보와 지식’이 밀쳐냈던 근대의 몸을 끌어당기기 위해, 우선 필자는 식민상태의 1930년대 시점에서 우리 일상을 관통하고 있는 현대적 상황의 그 시작을 꼼꼼하게 되살려 내고 있다.
특히 이 책의 강점은 당대의 잡지 신문 광고 사진 등 여러 시각자료들을 적절하게 선택 배치함으로써 근대의 ‘실물’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 준다는 데 있다.
말하자면 이 책은 근대의 형성기를 입체적으로 체험하도록 여러 갈래의 길을 터주고 있는 것이다. 그 길을 더듬어 가다보면 결국 부재했던 것은 서구중심의 시각에서 본 근대였을 뿐,좋건 싫건 간에 이미 우리의 근대는 시작됐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는다.
그렇다면 식민지 서울에 ‘딴스 홀’을 불허했던 ‘일제’는 과연 어떤 근대를 갖고 있었을까. 시기적으로 딱 일치하지는 않지만 E 사이덴스티커의 ‘도쿄이야기’(이산·1997)를 같이 읽어보길 권한다. 두 책의 ‘교차독서’는 그간 우리에게 부족했던 것, 그러니까 근대의 차이를 보는 시각을 단련시켜 줄 것이다.
백지숙(문화평론가·예술종합학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