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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최규철/「불타는 발칸」觀戰法

입력 | 1999-04-06 19:22:00


유고에 대한 미국의 ‘크루즈미사일전략’이 아무래도 어려운 지경에 빠져드는 것 같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대통령이 인종축출작전으로 완강히 맞서는 가운데 미당국자 사이에서도 지금의 전략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는 외신보도다. 빌 클린턴미국대통령은 재임기간중 가장 힘든 결정을 내렸다고는 하나 현장의 작전수행과정은 그리 원활치 않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회원국들의 동의를 얻느라 합동군사작전이 제약받고 있으며 나토의 관료조직이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美 리더십 시험대에▼

게다가 유고공격에 반대하는 러시아는 흑해함대소속 첩보함을 미전함들이 작전중인 지중해에 파견했다. 구소련이 붕괴된 후 지난 10년 동안에 없던 도전적인 일이다. 이번 발칸사태를 그 배경의 복잡성이나 앞으로의 파장면에서 볼 때 2차대전 이후 가장 인화성이 강한 ‘전쟁’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왜 그런가. 그에 앞서 우리정부 당국자들은 유고사태를 어떻게 추적, 풀이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상사주재원을 포함한 교민들은 안전한지, 수출과 교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큰 과제가 있다. 냉전 이후 유일한 초강대국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돼온 세계질서가 앞으로 변화할 조짐이 크다는 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다가오는 세기에 우리가 싫으나 좋으나 대처해 나가야 할 전혀 새로운 국제환경이기 때문이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백악관안보담당보좌관은 “이번 사태는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시험대”라고 말했다. 걸프전에서, 소말리아에서, 파나마에서 미국은 그동안 정치력과 군사력을 앞세워 세계의 경찰역을 자임해왔다. 경제적으로도 미국은 시장개방을 요구하면서 93년부터 96년까지만도 35개국을 제재했다. 최첨단 과학기술력과 지구촌을 휩쓰는 영화와 음악 등 미국문화까지 가세해 지난 10년간 유일초강국 미국의 리더십은 확고부동했다. 오만하고 독선적이란 비난이 일었다.

이 리더십에 대한 도전움직임이 최근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유럽연합(EU)의 유로(EURO)출범. 미국 달러에 맞서 새로운 기축통화(基軸通貨)가 나타난 것이다. 이밖에도 EU와 미국간에는 바나나 기계공구 스웨터교역을 놓고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군사적으로는 러시아 외에 중국이 가장 첨예하게 맞서 있다. 중국은 미국의 동북아지역 전역미사일방위체제(TMD)구상을 군비경쟁을 촉발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러시아도 같은 입장이다. 지난달 모스크바에서 있었던 ‘한―러시아포럼’에서 러시아측인사들은 다자간(多者間)지역협력체의 필요성을 거듭 거론했다. 그러면서 국가주권이 존중되는 협력체라는 점을 유난히 강조해 요즈음 러시아인들의 편치않은 심중을 읽게 했다. 패권주의적 초강대국의 존재를 거부한다는 뜻이 분명했다. 냉전기간중 미국과 힘을 겨루었던 구소련에 대한 향수 때문인지 요즈음 러시아에는 유라시아니즘(Eurasianism)이 풍미한다. 러시아―중국―인도를 연결하는 새로운 축(軸)의 결성전망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렇듯 크게 달라진 국제환경속에서 나토군을 지휘하고 있는 미국의 모습이 힘들어 보인다. 유고사태의 귀결에 따라 미국의 리더십에 변화가 온다면 앞으로 러시아와 EU의 입장도 변하지 않겠는가. 나토회원국인 유럽제국은 유고공격에 참전하고는 있지만, 특히 ‘유럽의 중심’을 자부해온 프랑스와 ‘중부유럽’재건의 꿈을 갖고 있는 독일의 궁극적 목표는 미국과 다르다고 봐야 한다. “유럽은 경제적으로는 거인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난쟁이요 군사적으로는 벌레와 같다”는 한 유럽외교관의 자조섞인 말은 역설적이다.

▼세계질서 변화 가능성▼

발칸에서 치솟는 새 기류는 우리에게도 밀려 온다. 국제정치상황이 크게 변할 것에 대비, 예상되는 ‘한반도안보전략시나리오’를 만들 필요가 있지 않을까. 미국도 변한다. 특히 내년엔 대통령선거가 있다. 97년의 미국민여론조사결과 ‘유일한 초강대국으로서의 지도력’의 지지율은 17%, ‘다른나라와 힘을 공유’에 대한 지지율은 74%였다. 우방이니까 우리 모르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다가는 덩그렇게 홀로 남게 된다. IMF도 그렇게 오지 않았는가.

최규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