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체제는 세기적인 불가사의다. 공산 맹주 소련이 무너지고 한 세대가 지났는데도 아웅산 사건과 KAL기 폭파 사건, 납치 등 대량 동족 학살을 계속하며 강성국가를 외치고 있다. 게다가 외교 무대에선 초강대국 미국의 코를 꿰어 미사일 핵 등 대량 학살무기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식량문제까지 해결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더욱 잠수함과 간첩을 계속 내려보내는데 속수무책인 우리 정부는 ‘햇볕정책’이란 이름으로 일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하에서도 금강산관광을 추진해 전범 집단에 수억 달러의 막대한 자금을 현금으로 갖다 바치고 있다.
우리는 북한 체제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지금 북한은 인권이 없는 체제이기에 지탱하고 있다. 95년 이후 3백만명이 넘는 북한 동포들이 기아와 질병에 허덕이다 죽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 2천5백만명으로 추정되는 북한 인구의 10%가 넘는 수치이며 6·25전쟁 중 희생된 내외국인을 모두 합한 것과 같은 엄청난 숫자다. 잔혹한 학살이 자행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인 것이다.
황장엽(黃長燁)씨 증언에 따르면 김정일은 “1천만명이 죽어도 좋다. 그러면 관리하기가 더 좋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지도자 밑에서는 기아로부터 벗어날 길이 없다.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 10만명이 넘는 탈북자들은 중국 등지의 이방을 헤매며 공포와 굶주림 속에 허덕이고 있다.
북한이 이런 상황을 막을 수도 있었는데 엉뚱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단적인 예로 북한은 김일성의 시신을 보존하는 궁전을 꾸미는 데에만 8억9천만달러를 사용했다. 이 돈이면 북한 동포를 3년동안 먹여 살릴 수 있다. 그동안 세계의 구호단체와 한국 미국 일본 등이 북한을 지원한 것만 해도 금액으로 10억달러에 달한다. 군비의 2∼3%만 줄여도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에서 미사일 핵 생화학 등 군비 증강만 해 온 것이다.
이러한 비인도적 집단을 방치하는 것은 씻을 수 없는 죄악이다. 하물며 이들에게 반민족 전범으로서의 책임도 묻지 않은 채 면죄부를 주고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일찍이 상상도 못했다.
북한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인권문제 해결이다. 그러나 우리 역대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을 꿈꾸며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한번도 정면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뒤늦게 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부 장관이 이번 제네바 유엔 인권위 특별연설을 통해 최초로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했다. 반가운 일이다. 정부의 후속조치가 궁금하다.
‘국경없는 의사회’ 등 유명한 비정부기구(NGO)들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격인 북한 직접 지원을 중단하고 차라리 탈북자들을 돕는 활동을 먼저 벌이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초 프랑스 지식인들이 북한 인권문제 개선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그 요구가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내년이면 6·25전쟁 50주년을 맞는다. 3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범자의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또 3백만 동포를 굶겨 죽인 정권의 책임 역시 반드시 물어야 한다. 피노체트 처리에서 보는 것처럼 반인륜 권력형 범죄는 국경이나 시효를 넘어 반드시 처단돼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국민은 결연한 문제 인식으로 국제사회와 연대해 대응책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철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