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2세 영국여왕의 방한(19일)을 앞두고 여왕의 방문지로 선정된 경북 안동지역 주민들의 마음도 한껏 달아오르는 모양이다. 19세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던 ‘대영제국’의 상징인 여왕에게 주민들이 보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 보다 많은 것을 대접하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여왕의 체취가 스쳐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요, 마을의 자랑거리가 될 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여왕 방한을 준비하고 있는 외교통상부나 주한 영국대사관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하회마을에서 여왕의 생일상을 차려준다는 기사가 지역언론에 대서특필된 뒤 가장 난감해 한 쪽은 주한 영국대사관과 영국 왕실이었다. 여왕의 생일은 실제 4월21일이지만 영국 왕실은 날씨가 궂은 4월을 피해 날씨가 좋은 6월에 생일파티를 여는 게 관례이기 때문이다. 여왕이 한복을 입고 족두리를 쓴다는 확정되지 않은 기사까지도 있었다.
뿐만 아니다. “이곳만은 꼭 여왕이 다녀가셔야 한다”며 떼를 쓰는 사람들이 많아 이들을 말리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는 것. 미국에 머물고 있는 이 마을 출신 전직 외무장관이 여왕 안내를 위해 귀국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정작 영국 왕실은 주민들의 이같은 환대 준비를 몹시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는 전문이다. 안동 방문의 목적이 자연스럽고 소박한 ‘한국의 멋’을 보기 위한 것인데 대접이 지나쳐 여왕이나 왕실의 뜻이 오히려 훼손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진객(珍客)임에 틀림없다. 손님을 맞는 첫째 마음가짐은 상대방을 마음으로부터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무엇을 해 줄까를 생각하기 전에 여왕이 왜 안동을 찾는지를 차분히 헤아리는 마음 씀씀이가 더 감동을 주리라는 걸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윤영찬yycl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