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는 경제위기 이후 급격히 늘어난 신용불량자가 연체금을 갚는 경우 곧바로 관련기록을 말소해주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한다. 천재지변과 같은 경제위기가 신용불량자를 양산했기 때문에 구제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정책은 신용사회나 신용문화를 조기에 정착시키려는 기존의 방침에 역행하는 것이다.
신용문화 부재로 인한 관치금융 연고대출 담보대출 등이 금융산업의 후진화를 낳았고 이것이 금융위기를 초래한 주요 요인중 하나였다는 외국 신용평가기관의 지적을 상기해볼 때 신용불량기록 조기말소 조치는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효율적인 자금배분에는 신용공여자에 대한 정보존재 여부가 관건이다. 신용의 정도에 따라 신용공여액, 신용이용료 등이 차등화되면서 자금이 효율적으로 배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신용정보를 포기하겠다는 것은 금융기관의 효율적인 자금배분 기능의 주요한 잣대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신용있는 차입자와 신용없는 차입자를 확실히 구분하고 차입자별 신용에 따라 금융거래 조건을 차별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야 금융거래의 건전화를 도모할 수 있다.
신용정보를 적극 활용해야만 금융기관은 후진적인 신용공여 방법으로부터 탈출하여 효율적인 자금중개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신용문화의 확립이야말로 합리적인 소비와 투자행태를 유도하고 금융기관의 부실위험과 불건전한 대출을 방지하는 것이다.
차입자의 과거 및 미래에 대한 종합적인 신용관련 정보를 토대로 금융거래가 이루어져야 금융거래의 투명성과 건전성이 확립된다. 금융거래의 투명성과 건전성이 없이는 국민경제의 안정적 성장과 소비자 후생의 향상을 도모할 수 없다.
신용불량자가 경제위기 때문에 늘어났다는 안이한 사고는 금융거래의 선진화와 효율화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유태호(대우경제연구소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