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코소보주에서 쫓겨난 알바니아계 난민이 1백만명에 육박하면서 난민처리가 발칸전쟁의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터키 등은 5일 일부 난민을 유럽으로 공수하는 작전을 시작했으나 워낙 난민이 많은데다 장비 및 구호물자가 부족해 난민들의 고통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난민공수〓첫번째 난민 공수에 나선 보잉 737기가 5일 밤(현지시간) 부녀자와 노약자 1백50명을 태우고 마케도니아 스코페 공항을 이륙해 터키 국경 키르클라렐리 지방 코르루공항에 도착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난민들에게 구호품을 공수하는 항공기 편으로 난민공수를 계속할 계획이다.
마케도니아는 난민 공수를 지원하기 위해 수도 스코페 공항을 24시간 개방하기로 했다.
▽난민의 4중고〓난민들은 기아와 추위, 질병과 가족과의 이별 등 4중고를 겪고 있다. 세르비아계 군과 경찰은 코소보 주민들을 몰아내면서 돈과 식량 심지어 옷가지까지 약탈하고 있다고 난민들은 증언했다. 기아와 추위에 시달리며 피란길에 나선 난민들은 가족이나 친척이 도중에 숨지면 황급히 길가에 매장한 뒤 피란길을 재촉했다.
몬테네그로 로자예에서 구호활동을 펴고 있는 한 현지의사는 “임산부가 결핵을 앓고 있는 남자옆에서 출산을 하고 여러 사람이 씻지도 못한 밥그릇 하나를 같이 사용하고 있다”며 “여기가 바로 지옥”이라고 말했다.
국제적십자사나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등 구호단체들이 식량과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으나 난민 숫자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
▽난민현황〓UNHCR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유고 공습이후 39만명의 난민이 코소보를 떠난 것을 비롯해 현재까지 83만 1천명의 난민이 발생했으며 곧 1백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1백80만명으로 추정되는 코소보 알바니아계 주민의 절반이 넘는 숫자.
외국으로 피신한 난민은 알바니아 22만6천명, 마케도니아 12만명, 몬테네그로 3만5천7백명,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7천9백명, 터키 5천명, 불가리아 2천3백명 등으로 집계됐다.
코소보내 산과 계곡 등에도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고립된 난민 10여만명이 피신해 있으며 이들은 극심한 식량난과 질병 등으로 상황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노력〓UNHCR는 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56개국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코소보 난민을 각국에 공수하는 문제와 비용분담 방안을 협의하고 효율적 난민구호를 위한 조정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NATO와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서유럽동맹(WEU) 등 주요 국제기구 대표들도 현재 브뤼셀의 NATO 본부에 모여 코소보 난민대책을 조정중이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