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월마트’를 지향하는 미국 상거래업체 바이컴(buy.com)사의 유일한 관심사는 회원을 늘리기 위해 무조건 물건을 싸게 파는 것이었다. 원가 이하로 싸게 판다는 소문이 나면서 삽시간에 수백만명이 회원으로 등록했다. 물론 회사는 지난해 수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비록 적자를 냈지만 바이컴은 꿍꿍이셈이 있었다. 이 회사는 최근 주식의 10%를 일본 소프트뱅크사에 팔아 6천만달러를 마련해 그동안의 적자를 단숨에 만회했다.
프라이스라인(priceline.com)사는 기발한 전자상거래방식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의 제품에는 정가(定價)가 없다. 손님이 알아서 가격을 제시하고 그게 회사에서 정한 가격보다 높으면 두말없이 판매한다. 그래서 똑같은 물건이라도 사람마다 구입한 가격이 다를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천1백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는데 적자가 무려 643%에 달했다. 그래도 3월 30일 뉴욕 증시에 상장을 하자마자 주가가 16달러로 산뜻하게 출발했고 4월1일에는 64달러, 2일에는 84달러로 치솟았다.
인터넷 기업들의 사업방식은 기존 경제학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매출과 순이익을 늘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주가를 올려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경영목표를 두고 있다.
인터넷 기업들도 초기에는 이용자수 거래량 광고량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요즘은 달라졌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이를 통해 증시에서 높은 주가를 유지하는 것이 지상목표가 됐다. 엄청난 적자를 기록해도 주가만 높으면 얼마든지 증시에서 자금을 마련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의 지난해 매출은 1천6백10억달러, 증시에서 주식의 시가총액은 5백70억달러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난해 매출 1천5억달러에 주가총액은 3천6백56억달러.
전통적인 기업들은 이처럼 시장가치가 1년 매출보다 적거나 많아야 2∼3배 정도다.
그러나 첨단 정보통신 업체들의 주가총액은 매출의 수십배에 달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98년 매출 1백67억달러에 주가총액은 3천9백80억달러로 주가총액이 매출의 24배에 달한다. 인터넷장비업체인 시스코는 지난해 매출이 89억달러였지만 주식의 시장가치는 1천7백60억달러로 20배. 놀랍게도 시스코가 GM보다 주식의 시장가치가 3배나 높다.
인터넷 기업은 이보다 더하다.세계 최대의 인터넷서점 아마존과 온라인서비스업체인 아메리카온라인(AOL)은 시장가치가 매출액의 33배, 검색서비스업체 야후는 1백50배, 프라이스라인은 무려 3백10배다.
수백개의 인터넷 관련 업체들중 지난해 흑자를 낸 기업은 야후 AOL 이베이(인터넷경매업체) 세군데 뿐인데도 그렇다.
인터넷기업들의 주가가 하늘높은줄 모르고 뛰자 일각에서는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이고 거품이다”는 ‘버블론’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1929년 대공황 직전 라디오업체인 RCA가 상장한 지 몇달만에 5백달러까지 주가가 급등했다가 공황후 28달러로 폭락한 사례를 들고 있다.
그렇다면 뉴욕 증시의 펀드매니저들이 ‘바보’인가. 인터넷 전문가들은 “천만의 말씀”이라고 주장한다. 작년 크리스마스때 인터넷 전자상거래가 32억달러에 달해 인터넷 시장의 엄청난 잠재력이 과시됐었다.
아이네트 허진호(許眞浩)사장은 “오늘날 인터넷기업을 향한 ‘뉴골드러시’는 금융자본이 이같은 미래의 ‘대박’을 대비해 시장을 선점하고 브랜드이미지를 확보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미래성 투자”라고 설명한다.
〈김학진기자〉jean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