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부인 손명순(孫命順)여사와 함께 퇴임 후 첫 지방나들이에 나선 6일, 경남 거제 선영에서 성묘를 하고 생가에서 ‘마을사람’들과 오찬을 할 때만 해도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주위사람들에게도 극도로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이날 저녁 통영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된 김동욱(金東旭)한나라당의원 초청 만찬에서 김전대통령은 10여분 간 열변을 쏟아냈다. 마치 ‘김대중(金大中)정권과의 싸움’을 선언하는 것 같았다.
김전대통령은 처음 몇마디 인사말을 한 뒤 상의 호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한 메모를 꺼내 간간이 보기도 해 ‘작심’한 발언임을 짐작케 했다.
김대중대통령에 대한 그의 신랄한 비판이 쏟아지자 참석자들도 깜짝 놀라는 분위기였다. 박종웅(朴鍾雄)한나라당의원은 김전대통령이 “김대통령이 독재자”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자 “예상밖”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즉흥적으로 한 얘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정치활동의 재개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며 직답을 피했다.
만찬에는 한나라당의 강삼재(姜三載) 김기춘(金淇春)의원, 김혁규(金爀珪)경남지사, 김광일(金光一)전청와대비서실장 조홍래(趙洪來)전청와대정무수석과 통영시장, 통영중 동문 등 1백여명이 참석했다.
〈통영〓이원재기자〉w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