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인들이 공동운영하는 비영리 전시관 ‘대안공간―풀’(서울 인사동) 개관 기념전이 2∼13일 ‘정서영 최정화 2인전’으로 열리고 있다.
두 작가는 미술이 우아한 재료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정서영은 장판지 위에 한글을 쓴 ‘―어’를, 최정화는 때밀이수건 플라스틱컵 재떨이 등으로 만든 ‘갈증’을 각각 출품. 정서영은 그동안 완성된 형태의 글자, 자음과 모음으로 분해한 글자꼴을 함께 대비한 작품을 보여왔다. 사물 또는 의미(글자)를 여러 관점에서 뜯어보고 다양하게 느껴보자는 것. ‘―어’는 그 중 하나를 골라낸 작품.
최정화의 ‘갈증’은 플라스틱 재떨이로 쌓은 기둥, 늘어놓은 때밀이수건, 천장에 매달린 싸구려 목걸이가 한데 어울린 작품. 하찮은 물건들도 모아 놓으면 아름다운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담았다. 그는 “사람들에게는 여러 욕망이 있다. 담배피우고 술마시고 연애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값싼 재료로 쉽게 나타내려 했다”고 말한다.
‘대안공간―풀’은 상업화랑에서 외면하는 실험적인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자는 취지에서 홍명섭 김용익 이영욱 등 뜻있는 작가와 평론가들이 마련한 전시공간. 02―735―4805.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