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8일 주요당직자회의를 주재하면서 “이제 너무 웃어서는 안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바로 전날 서상목(徐相穆)의원 체포동의안 부결로 한층 힘을 얻었지만 대여(對與)공세에서 호흡조절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다시 말해 여권의 반격에 대비해 정국상황에 신중하게 대처하겠다는 의미다.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은 “여당의 새 지도부가 유화적인 자세를 보이면 대화로 현안을 풀어 나가겠지만 강경하게 나오면 맞대결도 불사한다는 게 이총재의 기본구상”이라고 전했다.
한나라당이 9일부터 시작되는 제203회 임시국회에서 추경예산안 등 민생현안 심의에는 적극 참여하되 정부조직법 개정 등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공세를 강화한다는 이중전략을 세운 것도 이총재의 이런 구상에 따른 것이다.
이총재는 당분간 ‘3·30’ 재 보선 부정선거 의혹 규명에 당력을 집중하라고 당직자들에게 지시했다. 금권 관권선거 재발방지와 곧 있게 될 정치개혁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부정선거 의혹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는 게 이총재의 생각이다.
그러나 당내 진상규명특위와 국회 상임위를 통해 부정선거 의혹을 계속 추적하되 장외집회 계획은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기세등등하게 정쟁(政爭)에 몰두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줘서는 안된다는 취지에서다.이총재는 또 서의원 체포동의안 부결로 당내 분란 가능성이 줄었다고 보고 ‘새 정치 구상’의 구체화를 통해 당 장악력을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총재는 이를 위해 영입할 신진인사를 물색하는 등 ‘새 정치 깃발’을 들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