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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주룽지총리 「할말하는 직설외교」 워싱턴 압도

입력 | 1999-04-09 19:54:00


8일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주룽지(朱鎔基) 중국총리의 워싱턴 회담 의제는 무역문제로 압축됐다.

주 총리는 중국 무선전화와 인터넷 회사에 대한 미국인들의 소유를 허용하고 농산물의 수입장벽을 완화하는 한편 외국계 은행들의 중국내 예금유치를 허용하는 등 많은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미국 뉴욕타임스지는 9일 “그동안 중국정부가 반체제 인사들에게 이용될 것을 우려해 무선전화와 인터넷을 통제해왔다”면서 “경제는 물론 정치적인 여파가 적지 않을 통신시장의 개방허용에 대해 중국전문가들조차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의 화답은 미약했다. 미국은 중국이 원하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대한 지지를 유보했다. 주 총리는 19발의 예포와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가 연주한 공식만찬 등 국가원수 못지 않은 대접을 받은 것 이외에 표면적으로는 미국으로부터 얻어낸 것이 없어 보인다.

주 총리는 이날 클린턴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WTO가입) 협상에서 큰 차이는 없었다”면서 “정치적 환경에 문제가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양국 관계가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미국에왜 왔느냐”는 질문까지 나왔다. 주총리는 “내가 진실을 말하기를원하느냐”면서 “나도 오기싫었다”고 맞받아쳤다.

중국에 비판적인 미국 의회가 휴회기간중임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만큼 미국내 정치환경이 중국에 비우호적인 게 사실이다.

클린턴 행정부도 기본적으로 중국의 WTO 가입에 대한 지지를 약속하면서 정치적 부담을 감안해 공표 시기만 늦추었다는 관측도 있다. 샬린 바셰프스키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이 문제가 곧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해 11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장관급 회담까지는 마무리될 것임을 시사했다.

무역문제 이외에 양국간의 오랜 난제들인 △중국내 인권 문제 △미국의 아시아지역에서의 미사일방위시스템 구축문제 △티베트 자치보장문제 등에서 양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한반도 긴장완화에 협조키로 하는 등 ‘전략적 동반자관계’를 확인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