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C초등학교 3학년1반 교실. 학부모회 대의원 선출문제가 나오자 15명의 어머니들은 서로 미뤘다. 한결같은 이유는 ‘바빠서’. 결국 순해 보이는 30대 어머니가 한마디하면서 떠 맡았다. “바쁜데….”
주부들은 정말 바쁘다. 김옥희씨(35·서울 마포구 아현동)는 “집안일은 ‘나 몰라라’하는 남편과 부부싸움 끝에 누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대차대조표’를 만들어 보았더니 정말 화가 나더라”고 털어놨다.
▽스트레스 원인〓맞벌이 주부는 가사노동의 양보다는 남편과의 가사분담률이 불공평하기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한국여성개발원이 최근 맞벌이 주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가사분담이 불리하게 돼 있다는 응답이 58%, 공평하다는 응답이 31%였다.
갈등이나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주는 요인으로는 남편의 이해 및 도움(31%)과 다른 가족구성원의 이해 및 도움(23%)이 꼽혔다.
미국의 경우에도 맞벌이 주부는 가사노동의 70%를 맡고 있다고 브라운대 클로 버드교수(사회학)가 최근 조사결과를 발표.
▽전업주부와 맞벌이주부〓재정경제부가 학계의 표본조사 결과를 토대로 추정한 주부의 가사노동시간은 전업주부 10시간, 맞벌이 주부 5시간36분.
그러나 남편의 가사노동 분담시간은 아내의 취업여부보다 남편 본인의 직업 및 성향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한양대 임정빈교수(소비자가족학)의 주장. 임교수가 지난해 5월 조사결과를 발표한 ‘사무직 기혼남성의 가사노동참여시간’은 아내가 전업주부일 경우 평일 1시간38분, 휴일 3시간41분이고 아내가 맞벌이일 경우 평일 2시간21분, 휴일 4시간30분.
▽스트레스 줄이기〓버드 교수는 “맞벌이 주부의 경우 가사의 46%, 전업주부는 80%를 맡을 때 가장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면서 “아내는 집안일을 지금보다 덜하고 남편은 조금 더해서 균형을 유지하라”고 조언.
시간관리 컨설턴트 이희경씨는 “부부 사이에 기계적으로 가사분담할 경우 오래가지 못하고 불화의 원인이 된다”며 “가족회의를 통해 남편뿐 아니라 아이들의 이해와 협조를 끌어내라”고 권했다. 전업주부가 그 ‘바쁜 일들’에 성취감을 덜 느낀다면 ‘시간관리’를 통해 취미생활 등에 적극 나서고 이왕 ‘집에서 놀면서’라는 편견에 사로잡힌 소리를 들을 바에야 ‘화끈하게 제대로 놀아보라’고 주장.
임정빈교수는 “다른 사람 고용과 조리식품활용 등 가사노동의 사회화로 스트레스를 덜 수 있으나 남편의 동의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