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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가 사는법]헤드헌터 이기대씨

입력 | 1999-04-11 19:42:00


헤드헌터 이기대씨(36)는 97년 인재알선회사를 창업해 2년만에 컨설턴트 3명에게 억대의 연봉을 줄 정도로 성장시킨 ‘드림서치’의 사장이다. 정기적으로 구인을 의뢰하는 클라이언트가 50여 업체에 이르고 구직을 의뢰하는 캔디데이트는 한 달에 1천3백여명.

그는 임금이나 능력에 우선해 캔디데이트의 성격과 클라이언트의 기업문화를 맞춘다. “컨설턴트들에게 실적을 강요하지 않습 니다. 서두르다가 ‘궁합’이 안 맞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지요.”

▼ 찢어진 청바지 야구 모자

90년 한양대 전자공학과 졸업, 91년 미국 버펄로뉴욕주립대에서 3학기만에 컴퓨터공학 석사를 받았다. 이 때 아버지가 사준 소나타 승용차를 아직 탄다. 옷장에는 맞춤정장 10여벌과 해외출장 길에 사 모은 회색계통의 버튼다운 셔츠 20여장이 있다. 평일에도 가끔씩 찢어진 청바지와 휠라 야구모자, 셔츠차림으로 출근한다.

버스를 탈 때는 정장에 책 한권, 스니커즈 2개, 휴대전화를 넣은 가죽배낭을 양 어깨에 멘다. 퇴근길에 아내를 위해서 서울 지하철 강남역 근처 제과점에서 단팥빵을, 딸 강연(8) 강희(11개월)를 위해 뱅뱅사거리에서 붕어빵을 사 배낭에 넣는다.

▼ 회오리주 4병

91∼97년 삼성전자 파커한니핀 비자인터내셔널 마이크로소프트에서의 직장생활은 강한 ‘자아’를 억누르는 삶이었다. 요즘은 스트레스를 덜 받지만 가끔 직원들과 리츠칼튼호텔 디스코테크 ‘닉스&녹스’를 찾는다. 맥주 작은 병을 “한 모금 빤 뒤” 남는 공간을 위스키로 채워 만든 회오리주를 3,4병 마신다.

일이 안 풀리면 오대산에서 ‘도를 닦는’ 박모씨를 만나 조언을 듣는다. 헤드헌터가 된 것도 “넌 욕심 부리면 망한다. 허나 남의 삶에 도움이 되고자 하면 가능성이 있다”는 그의 말에 따른 것.

▼ 붕어빵

서울 강남구 세곡동의 1백평짜리 단독주택에 전세로 산다. 10평짜리 텃밭에 호박 옥수수 상추 파를 심는다. 34평짜리 서울 서초동 아파트는 전세를 놓았다. ‘8학군’의 중심을 떠난 것은 딸을 위해서다. 하루는 딸 강연이 유치원 친구에게 생일선물로 5천원짜리 액자를 줬다가 4만원이 넘는 변신합체로봇 등을 선물한 다른 애들에게 놀림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고민했다. ‘남과 똑같은 선물을 하는 아이’로 키우기 싫었다.

▼ ‘종이’를 향한 꿈

그가 쓴 ‘외국인회사 들어가기 옮겨가기’(청림출판)가 교보문고에서 98년 정치사회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인간’ 이기대의 꿈은 소설가. 소설작법 강의를 듣고 싶지만 아직은 시간이 없다.

“가진 돈이 2억원이든 10억원이든, 사는 데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욕심이 사라졌어요. 은둔자가 될 생각은 없지만, 강연과 강희가 시집가고 나면 혼을 종이 위에 쏟아 놓고 싶어요.”

〈나성엽기자〉news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