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경기 성남시 분당 신도시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갔던 주부 김수련씨(37·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친구와 함께 분당구 서현동 삼성플라자에서 쇼핑을 하다 아름다운 생음악 소리에 발길을 멈췄다.
바이올린과 첼로의 선율 속에 가곡 ‘그리운 금강산’이 들려오더니 이어 팝음악 ‘마이 웨이’가 이어졌다. 선율을 좇아 백화점 1층 중앙의 ‘열린 광장’에 들어서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백화점 1층에 객석이 있고 그 앞에 설치된 무대 위에선 오케스트라 단원 4명이 첼로와 바이올린 플루트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 김씨가 “백화점에서 웬 연주회니?”라며 감탄하자 친구는 “여기선 매일 클래식 공연과 재즈연주를 들을 수 있다”고 자랑했다.
요즘 분당 신도시엔 음악이 넘쳐 흐른다. 클래식과 재즈는 물론 서울 도심에서도 쉽게 접하기 힘든 인기가수의 공연이 경쟁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그렇다고 그럴듯한 정식 연주회장이 생긴건 아니다. 동네 주민들 누구나 간편복 차림으로 찾아갈 수 있는 백화점 등 쇼핑 공간 곳곳에서 연일 무료 음악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삼성플라자 1층 무대에서는 낮에는 매일 세차례씩 가곡과 팝, 저녁에는 분당에 살고 있는 재즈연주자 이동기 재즈밴드의 공연이 두차례씩 열리고 있다. 주말에는 인기가수 초청 콘서트가 열린다. 블루힐을 인수, 이달초 문을 연 롯데백화점도 개점에 맞춰 주부가요제와 인기가수 공연을 펼쳤다.
신도시 내에 이렇다 할 연주회장이 없다보니 지역 음악동호회의 공연도 쇼핑공간을 무대로 펼쳐지고 있다. 분당구 어머니합창단과 ‘아주여성합창단’이 자주 백화점 무대에 서고 있고 ‘우리소리연구회 솟대’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백화점 무대에서 사물놀이와 판소리 등 신명나는 국악무대를 펼쳤다.
솟대의 지병훈풍물단장(34)은 “인구 40여만명인 분당 신도시에 연주회장은 한곳도 없고 영화 개봉관도 1곳밖에 없다”며 “물론 백화점측이야 고객 유치를 위해 시작한 일이겠지만 문화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신도시 백화점에 이런 공간이 생긴 것만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