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출연하는 오락 프로가 연애담이나 흥미 위주의 장기자랑 위주로 제작돼 대학 문화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대학가를 소재로 삼은 프로들은 KBS2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 SBS ‘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 등 주말에 방영되는 오락물들.
11일오후 방영된 ‘슈퍼TV…’의 ‘커플 이벤트’코너에서는 풀 천장에 밧줄을 설치, 남녀 대학생이 쌍쌍으로 매달려 오래 버티는 게임을 했다. 진행자 강호동은 학생들이 물에 빠지자 “안느냐 안기느냐”는 등 신체 접촉에 초점을 맞춘 자극적 말을 자주 했다. 강호동 자신이 여학생을 포옹하는 등 볼썽사나운 행동을 하기도 했다. 이어진 ‘너를 보여줘’코너도 소풍날 장기자랑같은 수준 낮은 이벤트 일색이었다.
10일 밤 방영된 ‘남희석…’도 대학생을 ‘연애족’으로 묘사했다. ‘진실의 손’코너에서는 ‘99학번 새내기 커플’을 주제로 “뽀뽀는 해봤느냐” “남자친구 몰래 미팅에 나간 적 있느냐” 등 치졸한 질문을 던졌다. ‘자유선언!…’의 ‘서바이벌 미팅’에서 남녀 대학생들이 벌이는 게임도 기괴한 춤 위주여서 유치하기는 마찬가지.
이 프로에 등장하는 대학생들은 자발적 참여자. 제작진의 기획의도도 대학생들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 ‘슈퍼TV…’의 구성작가 신명진씨는 “수준 미달이라는 지적도 있으나 대학생이 하니까 너그럽게 봐주는 시청자가 많다”고 밝혔다. 민주언론운동연합의 모니터 보고서는 “천편일률적으로 연애나 미팅만 부각시켜 대학 문화를 일그러뜨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반면 EBS가 10일 오후 방영한 대학생 프로 ‘대학가 중계’는 앞서의 오락물과 극명한 대조를 보여줬다. 이 프로는 대학가 불법 복사의 문제점을 관계자 대담을 통해 진단하고 외국어대 인도어과 학생들의 현지풍습 배우기 등을 소개, 대학가의 진지한 모습을 전했다.
대학생 대상 프로 조차 대학문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공영성 강화’라는 3개 방송사의 주장은 허황하게 들린다.
〈허 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