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90㎞에 이르는 무명실로 가득채운 전시장.’
재미 설치작가 임충섭의 개인전 ‘실과 흙으로 고쳐보기’가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장 벽에는 굵은 무명 실타래가 주렁 주렁 매달려 있고 바닥에는 베틀을 짤 때처럼 여러 가닥의 실이 팽팽하게 늘어져 있다. 구석에는 크고 둥그런 나무에 실들이 이리 저리 연결돼 있다. 전시장에 가득찬 실들이 풍성한 느낌을 더해 준다. 반면 또다른 구석에는 한 무더기의 흙들이 흘러내리고 있다.
합성섬유가 아닌 무명실, 콘크리트가 아닌 흙을 통해 각박한 현대문명에서 벗어나려는 느낌을 담았다. 이번 작품은 작가의 어린 시절 고향에서 동네 어른들이 실을 잣던 모습을 재현한 것. 정겨운 어린시절 고향의 느낌을 풍성하게 되살리는 반면 동시에 무너져가는 흙더미처럼 안타깝게 사라져간 옛날을 묘사했다.
충북 진천 출신인 작가는 서울미대를 졸업한 후 미국 뉴욕대학원에서 공부하고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올 하반기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로 초빙된다.
그는 “현대는 공해문제로 인해 인간과 자연이 갈등을 빚고 있는 시대”라면서 “잃어버린 자연과 고향으로 되돌아가려는 것이 나의 강한 창작동기”라고 말했다. 02―735―8449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