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민간연구용역결과로 발표한 공직부패방지 종합대책에 따라 신설 가능성이 높아진 부패방지정책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패방지위는 현재 검찰 경찰 국세청 총리실 및 각 부처 감사기구 등 흩어져 있는 사정기관을 총괄하도록 돼있다. 분산된 사정기능을 일원화시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따라서 부패방지위가 창설되면 각종 사정기관의 중복감사를 막고 사정활동의 일관성을 기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부패방지위는 또 사정활동의 사전통제기능을 강화하는데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의 사정활동이 사후 적발과 단속에 치우쳐 정책과 조정기능이 약화되는 등 한계점을 드러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부패방지위는 △감사기구간 상호교류 △반부패 교육기능 등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밖에 사후통제 시스템 개선 방안으로 부패관료가 적발됐을 경우 뇌물수수액에 정부예산의 손실까지 합쳐 징수하고 부패로 퇴직한 공무원은 기업 등을 포함한 관련 분야에 재취업을 일정기간 금지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번 용역 결과는 국무총리와 민간인 대표를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민관합동기구인 부패방지위를 대통령직속기관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정총괄기구에 민간인 대표를 참여시킨 것은 ‘표적사정’ 시비를 차단하는 동시에 민간단체까지 아울러 사정효과의 극대화를 노린 것. 특히 대통령직속기관이라는 점은 부패방지위의 사정활동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정부는 기구개편안에 담을 다양한 소프트웨어도 구상중이다.
각 부처 감사책임자의 지위를 개방형으로 바꾸어 민간인이 참여할 수 있는 문호를 열어줘야 한다는 내용도 그 중 하나다. 또 부패방지를 위한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민간운동지원법’을 제정해 시민단체에 대한 세제혜택을 주고 시민단체에 ‘비리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방안도 있다.
그러나 부패방지위의 앞날이 순탄할지는 미지수다. 6월말 정부 최종안이 마련될 때까지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다.
무엇보다 청와대 검찰 감사원 등 기존 사정기관과의 업무 영역 등 이해관계 조정이 난제다. 당장 검찰도 비슷한 기구 창설을 준비중이어서 자칫 부패방지위가 ‘옥상옥(屋上屋)’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무튼 역대 정권마다 공직부패 청산을 역설해왔지만 그 속에 깔려있는 ‘정치적 의도’로 인해 대부분 용두사미(龍頭蛇尾)에 그쳤다는 점은 유념할 대목이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