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은 산업구조가 비슷해 그동안 상호 지나친 경쟁 관계를 유지했지만 산업구조의 유사성이 협력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협력 수단으로 투자를 활용하면 제품 경쟁력이 강화되고 동시에 시장이 확보돼 만성적인 대일 무역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대일역조를 개선하는 것은 이상적인 방안이기는 하나 과거 30여년간 추진한 대일역조 개선사업 실적이 미미하다는 점에서 이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할 때라고 생각한다.
지금 세계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휴 합병 등을 통한 몸불리기가 한창 진행중이다. 한국에서도 구조조정이 진행중이며 일본에서도 기업의 과잉설비 및 채무문제 해결을 위해 산업경쟁력회의가 구성돼 경제회생 및 산업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기회를 활용해 한일 양국이 21세기에 대비하는 공동 구조조정방안 등을 모색해볼 수 있는 시점이다.
한일 양국의 경제교류는 주로 서울 도쿄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앞으로는 오사카 후쿠오카 니가타 등 일본 주요지역과 부산 경남 전남 등 사업기반이 유사한 한국 거점지역간 협력도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 이들 지방에는 중소기업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 지역간 산업협력이 이루어지면 신규산업 수요창출로 산업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질 여지가 크다.
한국의 대표적인 대일 차별제도인 수입선다변화 제도가 금년 7월부터 완전폐지된다. 일본도 상응하게 국제관행에 벗어나는 관세 비관세장벽에 대해 성의있는 개선조치를 해야 한다.
일본 기업인들에게 대한(對韓) 경제협력 이야기를 꺼내면 제일 먼저 노사문제에 대한 우려를 토로한다. 한국의 제도가 선진국 수준과 비슷하게 개선되었음에도 아직도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일본 기업인이 많다는 것을 한국의 노사 모두가 자성해봐야 한다. 우리 국민도 일본 기업인들이 한국에 기업활동을 하는 것이 한국경제에 이익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진정으로 환영하는 전향적인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이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