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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재계, 내수? 수출?「성장전략」갈등

입력 | 1999-04-13 19:30:00


재정경제부는 민간소비와 정부지출확대 등 경기부양대책을 연말까지 지속, ‘내수중심 성장전략’을 유지해나갈 방침이다.

그러나 재계는 외환위기의 원인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수중심전략은 제2의 환란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수출중심 성장전략’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올들어 경제지표상 민간소비 등 내수경기지표는 눈에 띄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출은 환율과 대외경제여건악화로 침체국면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재경부는 증권과 부동산시장을 부양시켜 경기회복의 견인차로 삼겠다는 입장이어서 ‘내수중심론’과 ‘수출중심론’간에 대립이 심화될 전망.

재정경제부는 13일 지난해 9월부터 시행중인 ‘내수중심 경기부양’기조를 연말까지 지속해 실물경제의 붕괴를 막고 실업난을 완화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재경부 김대유(金大猷)종합정책과장은 “미국을 제외한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인데다 원화환율의 절하도 어려운 만큼 수출증대는 한계가 있다”며 “민간소비를 늘리고 정부지출을 늘리는 내수부양정책은 당분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규성(李揆成)재경부장관도 최근 “주가와 부동산가격은 아직 과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저금리도 현재의 경제여건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자산가치하락 등 디플레효과를 막기 위해선 금리가 추가적으로 인하돼야 하며 주가와 부동산가격도 좀 더 오르도록 하겠다는 정책의지로 해석되고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수출중심 성장전략을 채택하려면 수출가격을 낮춰야 하는데 이는 내수업체로부터 수출업체로 부가가치를 이전하는데 불과한 만큼 경기회복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기침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실업률이 8∼9%까지 치솟을 우려가 있으며 이는 정치경제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재경부의 분석이다.

산업연구원(KIET)의 온기운(溫基云)박사는 “안정성장기에는 수출이 성장에 미치는 효과가 줄어든다”며 “내수를 부양시키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는 견해가 다르다.

이한구(李漢九)대우경제연구소 사장은 “외환위기는 아직 해소되지 않았으며 외환위기의 해소는 국제수지 흑자로 빚을 갚아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중심전략은 외채증가를 초래하고 이는 국내외 불안요인에 의해 필연적으로 외환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

특히 과잉설비를 해소하기 위한 빅딜이 진행중인 마당에 민간설비투자를 부추기는 것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재계는 경기침체와 외환위기를 동시에 해소하려면 종합상사지원 등 수출총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력 주장한다.

이한구사장은 “내수중심으로 경기부양을 할 바에는 차라리 기업구조조정을 중단하는 게 고용유지와 민간소비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가하면 재계가 재벌개혁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출중심론을 내세우고 정부는 총선 등 정치적 목적으로 내수중심론을 강조한다는 양비론도 만만치 않다.

재경부는 “중장기전망을 하기 어려울 만큼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이 높기때문에 현단계에선 내수중심 경기대책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