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측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대통령만 제거하면 발칸사태는 해결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밀로셰비치를 어쩌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는 19일자 최신호에서 ‘밀로셰비치를 제거하지 못하는 까닭’을 5가지로 분석했다.
▽벙커〓80년대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이 지하벙커 제작을 유고에 맡겼을 만큼 유고의 지하벙커제작기술은 뛰어나다. 밀로셰비치도 병원까지 갖춘 대규모 벙커를 갖고 있다. 티토 시절 핵전쟁에 대비해 건설된 이 벙커는 유사시 수주일간 너끈히 버틸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민간인 피해〓미국은 걸프전 당시 후세인을 제거하기 위해 ‘벙커 파괴폭탄’을 개발했다. 그러나 이 폭탄은 너무 강력하다. 사용하면 민간인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된다.
▽법률〓냉전 시대 미국은 암살을 시도한 적도 있으나 제럴드 포드 전대통령은 이를 금지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대통령도 81년 이를 금지한 ‘행정명령 12333호’에 서명했다. 다만 미 군부는 후세인이나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 같은 인물에 대해서는 암살단 파견은 금지하되 그들의 거처를 공격하는 것은 허용했다. 밀로셰비치에게도 같은 원칙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보복〓세계 지도자들은 서로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는 전략적이고 암묵적인 신사협정을 갖고 있다. 누군가 이 불문율을 깬다면 개방된 서방사회 지도자가 더 위험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
▽후계자〓밀로셰비치의 후계자가 밀로셰비치보다 나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보질라프 세셀지 부통령처럼 더 과격한 인물이 나올 수도 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