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씨(36)는 지난달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큰 아이가 받아온 가정환경조사서를 써내려가다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를 곤혹스럽게 한 것은 상류 중류 하류로 분류된 경제수준란. 작년까지만 해도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확신했었다. ‘하지만 수입이 30%나 줄어든 지금도 내가 중산층일까’.
‘IMF 태풍’은 김씨의 경우처럼 특히 중산층을 거세게 흔들었다. 소득감소와 실직 등의 여파로 어느 나라보다 두터웠던 중산층 의식은 급속히 엷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전국의 남녀 9백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산층 의식 조사’에 따르면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했던 국민 3명중 한 명은 외환위기 이후 하류층으로 전락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중 79.2%는 3년이내에 중산층 복귀는 힘들다고 전망했다.
조사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전에는 중산층이었으나 지금은 하류층’으로 인식하는 경우는 전체 응답자의 19.7%. ‘이전이나 지금이나 중산층’이라고 답한 경우는 41.4%로 나타나 외환위기 이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61.1%) 중 3분의1이 하류층으로 전락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이전이나 지금이나 상류층’이라고 답한 ‘IMF 무풍(無風)계층’은 전체의 0.6%.
중산층에서 밀려난 이들이 전망하는 ‘중산층 복귀시기’는 3년 이후로 답한 경우가 전체의 79.2%나 돼 대부분 과거로의 복귀를 요원한 일로 예상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