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년(1924년) 정월1일―별나고 밤에 구름이 가득차다. 이웃사람이 서로 모여 새해의 복을 비니 이는 사람들의 기쁨이다. 그러나 지금은 임금도 없어지고 나라도 망해 일본놈의 속국이 되었다. 온 세상사람들이 오랑캐들이 하는 짓을 경쟁적으로 본받고 성현의 도가 없어져가니 가슴 아픈 일이다.’
‘경인년(1950년) 5월27일(음력)―희미하게 별나다. 폭음소리가 산천을 진동하니 민심이 흉흉하고 공포에 싸여 농사일을 못하다.’
1924년부터 1975년까지 50여년간 한 유학자가 한문으로 쓴 일기가 최근 출판돼 관심을 끌고 있다.
공주영상정보대 성하주(成河珠)전학장이 76년 3월 작고한 부친 성구용(成九鏞)씨의 일기를 모아 펴낸 이 책의 제목은 ‘항일지사 성구용선생 50년 일기’.
되도록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도록 한문 원문과 함께 한글도 적혀 있다.
성구용선생은 1905년 충남 연기군 금남면 달전리에서 태어나 충북 청주와 대전 등에서 살았다.
그는 19세 때인 1924년부터 70세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를 썼다.
성전학장은 부친이 작고하고 난 뒤 평생 일기를 써놓은 것을 알고 책으로 엮을 결심을 했다.
지난해 정덕기(鄭德基)전충남대총장을 위원장으로 한 ‘항일지사 금암 성구용선생 50년일기 간행위원회’가 구성됐고 이 위원회 활동이 결실을 맺어 이번에 책을 펴낸 것.
위원회측은 16일 오후6시반 대전 문화관광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대전〓성하운기자〉haw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