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 영국정부는 대표적 공기업인 브리티시 텔레콤(BT) 주식의 민간 매각에 착수했다. 당시 영국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각 업종에 산재한 국영기업의 민영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불과 1년 만에 BT의 지분 50% 이상이 민간에 넘어갈 정도로 민영화는 빠르게 진행됐다.
한국정부는 최근 한국통신의 정부지분을 내년까지 현재의 71.2%에서 30%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는 국내외 통신업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민간경영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정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공공부문 개혁을 들여다보면 영국정부가 10여년 전부터 실시해온 공기업 민영화 및 정부부처 개혁과 ‘닮은꼴’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영국은 ‘민영화’라는 단어를 만든 나라로 알려져 있을 만큼 ‘민영화’ 하면 첫손꼽히는 나라다. 자연히 한국도 영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는 셈이다.
BT의 민영화는 단순한 주식 매각의 차원을 넘어섰다. 최고경영진을 모두 민간인으로 교체했고 회사의 주요 업무를 민간업체에 아웃소싱했다. 그 결과 BT는 영국이라는 ‘우물 안’에서 벗어나 10여년 만에 세계 3위의 다국적 통신업체로 발돋움하는 데 성공했다.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BAe)도 민영화 이전에는 영국 군대에 조달하는 제품이 매출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 의존도가 높았지만 현재는 매출의 90%를 해외 수출에서 올리고 있다.
한국정부가 최근 고위공무원의 일정 비율을 민간인으로 충원한다는 취지 아래 도입키로 한 ‘개방형 공무원제도’도 영국의 스코틀랜드 투자개발청(LIS)이 이미 도입해 재미를 본 제도다.
100% 정부예산으로 운영되는 LIS는 직원 90여명 가운데 절반이 민간 기업 출신. 이같은 ‘민관 합작’은 큰 시너지 효과를 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 각국의 기업들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는 민간인 출신 직원들은 외국의 정보통신업체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 스코틀랜드에 유럽 최고의 정보통신기지인 ‘실리콘 글렌’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