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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여왕 방한]방문앞두고 설레는 대우-애니드림

입력 | 1999-04-15 19:46:00


★애니드림★

“여왕이 수많은 대기업을 제쳐놓고 설립된 지 반년도 안된 우리 회사를 방문한다는 사실이 처음엔 믿어지질 않았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애니메이션 제작 벤처기업인 ‘애니드림’사의 김영주(金寧柱·40)회장은 15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의 방문을 앞두고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회사가 아무런 ‘인연’이 없는 영국왕실측으로부터 여왕의 방문계획을 통보받은 것은 지난해 12월. 그러나 영국왕실측이 밝힌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지난해 말 이 회사가 영국의 벤처기업인 케임브리지 애니메이션사로부터 애니메이션 제작 소프트웨어인 ‘애니모(Animo)’ 1백카피(1백만달러 상당)를 구입했기 때문이라는 것.

이와 달리 업계관계자들은 소프트웨어와 영상분야 등 21세기 고부가가치 미래산업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여왕이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현주소를 직접 확인하려는 게 ‘진짜 이유’라고 입을 모은다.

회사측은 19일 여왕이 방문하면 고성능 컴퓨터와 첨단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을 소개할 계획이다. 또 2000년 여름 개봉을 목표로 100% 국내기술로 제작하고 있는 첫 3D 애니메이션 시리즈물인 ‘개미왕국’의 시사회도 여왕에게 깊은 인상을 줄 것이라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김회장은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앞선 기술력과 무한한 잠재력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여왕방문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국 등 6개국에서 작품제작 의뢰가 들어와 상담을 진행중”이라고 귀띔했다.

★대우★

이번 영국 여왕 방한으로 가장 우쭐해진 기업은 대우다. 여왕이 대우자동차의 디자인연구센터인 ‘대우디자인 포럼’을 방문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가운데 여왕의 방문지로 선정된 곳은 대우뿐이다. 그것도 ‘상업적 방문’으로는 유일하게 여왕과 부군인 필립공이 함께 참석한다.

“영국에서는 연간 2백만대의 자동차가 팔리는데 이중 4만대가 대우차입니다. 마티즈를 개발한 대우 워딩기술연구소와 대우자동차판매주식회사의 영국 현지 종업원만도 각각 1천명에 이르지요. 여왕부부가 이런 인연으로 이곳을 찾게 된 것 같습니다.”(대우자동차 이남묵·李楠默이사)

20일 여왕부부 방문을 앞두고 대우측은 버킹엄궁의 의전팀 및 영국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30분간의 방문일정을 1분 단위로 나누어 시나리오를 짠 뒤 수십 차례의 도상연습과 리허설을 마쳤다.

대우는 여왕이 짧은 시간 내에 작업 전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작업공간을 배열할 계획이다. 행사 시나리오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세가지다.

그중 여왕이 마티즈의 보닛을 열고 엔진을 구경하는 순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여왕이 군에서 자동차 수리공으로 봉사한 경력을 떠올리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대우측은 설명했다.

대우측이 ‘새 천년’의 시작을 기념해 제작한 컨셉트카 ‘미래’도 이날 처음 선보인다. 내년말 출시를 목표로 비밀리에 작업중인 차를 여왕 내외에게만 살짝 보여주는 순서도 있다.

김우중(金宇中)대우그룹회장 내외가 직접 사장단과 함께 여왕을 영접한다.

〈이진영·윤상호기자〉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