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금융당국이 5대 재벌그룹에 대해 획기적인 구조조정을 거듭 종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답보상태에 빠진 5대그룹 핵심계열사에 대한 채권단의 대출금 출자전환 및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선정 움직임이 조만간 가시화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위원회 고위관계자는 15일 “재무구조개선약정에 들어 있었으나 차일피일 미뤄왔던 5대그룹 계열사에 대한 출자전환 작업을 채권단에 독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부터는 채권단협의회를 통한 기업별 출자방안이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5대그룹 계열사 출자전환과 관련, 주채권은행들은 이미 7∼8개의 대상기업을 내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또 조만간 기업별로 출자전환 규모 조건 시기 등을 확정해 올 상반기내에 일부 기업에 대한 출자전환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자전환이 이뤄진 기업들에 대해서는 추후 외자유치로 갱생을 도모한다는 게 금감위측 복안.
그러나 금감위 관계자는 “5대그룹 계열사에 대한 출자전환은 경영권박탈 감자 또는 오너의 사재출연 등 기업측의 희생을 수반할 수도 있다”고 말해 사실상 워크아웃 대상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오호근(吳浩根)기업구조조정위원장도 이날 “5대그룹 계열사가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된다면 현재 진행중인 6대이하 기업과 똑같은 기준과 원칙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위원장은 “5대그룹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으로 판단했으나 성과가 지지부진하다”며 “눈에 띄는 자구노력을 하지 않는 기업이 워크아웃에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5대그룹이 타기업을 인수하는 것 등으로 부채규모가 줄어들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해 이들의 1·4분기(1∼3월) 이행실적이 탐탁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오위원장은 이어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여신을 ‘요주의’로 분류, 대손충당금을 2%만 쌓도록 함으로써 금융기관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해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기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경준·신치영기자〉news91@donga.com